삼성물산 합병 소송 잇따라…엘리엇·메이슨에 국민연금 가세

국민연금, 이재용 회장·삼성물산 상대 손배소
엘리엇·메이슨은 韓정부에 ISDS 일부 승소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도 영향 미칠까 '주목'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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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형사소송 항소심 선고를 둘러싸고 장외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부당 합병 의혹을 두고 민사소송과 국제중재가 잇따르면서 항소심 재판부의 상황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작년 9월 삼성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김상우 부장판사)가 심리하고 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손배소 피고로 재판에 참여한다.국민연금 손배소의 피고는 모두 2016년 불거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당사자들이다. 뇌물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유죄가 확정된 박 전 대통령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외압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과 최 전 실장, 장 전 차장도 2021년 파기환송심 끝에 유죄가 인정됐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도 2022년 징역형 선고를 확정받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뒤늦게나마 민사소송을 냈다. 두 회사의 합병은 2015년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됐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배소 소멸시효는 10년인데,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하면 올 7월까지가 '데드라인'인 셈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5억100만원이지만, 향후 소송이 구체화하면 배상 규모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엘리엇과 메이슨도 국민연금과 유사한 쟁점에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을 제기해 손해를 인정받은 상태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두 운용사는 "주주들에게 불리한 비율로 합병이 이뤄졌다"며 분쟁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당시 박근혜 정부의 압력을 받고 합병에 찬성 표결을 해 손해를 봤다는 취지였다.엘리엇은 7억7000만달러(약 1조원)의 ISDS를 제기해 2023년 6월 1300억원 규모의 손배 판정을 받아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점이 중재 판정부의 핵심 판단 근거였다. 정부는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지만 각하되자 재차 항소했다. 지난해 4월 메이슨 역시 438억원 손배 판정을 받았고, 정부는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의 부당 합병 의혹을 심리하는 항소심 재판부 역시 국민연금과 해외 PEF의 소송 양상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전후 사실관계가 부분적으로 확인됐고, 현재진행형인 분쟁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SDS는 공개된 판정문이 있는 만큼 재판부도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며 "민사와 형사 재판은 다르지만,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