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위험해진다" 경고…中 무서운 추격에 '초비상'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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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위기 요인 진단 ① 중국 D램 굴기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인터뷰
中 메모리는 치킨 게임이 안 통하는 상대
아직 기술 격차 2~3년 있지만
차세대 3D D램 연구 무시 못 해
AI 시대 메모리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
한국 근원 기술력 회복에 주력해야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부상. 게이티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22758.1.jpg)
中 CXMT, 16nm DDR5 양산 시작 '충격'
한국 기업들은 중국산 DDR5에서 DDR4의 악몽을 떠올린다. CXMT는 지난해부터 구형 규격의 D램인 PC용 DDR4 D램과 모바일 기기용 LPDDR4 D램을 본격 양산하며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섰다. 한국 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중국 D램 고객사 수요를 CXMT가 잠식했다. 낮은 가격에 물량이 많이 풀린 탓에 지난해 하반기 DDR4 가격은 35% 급락했다. 한국 기업은 DDR4, LPDDR4 재고 밀어내기와 감산을 시작했다.CXMT는 지난달 중국 유통 시장에서 발견된 DDR5에 대해 공식적으로 자사 제품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CXMT의 DDR5로 보고 있다. 한국 메모리 기업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CXMT가 현지 투자자 등에 비공식적으로 DDR5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CXMT 제품이 맞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유통 시장에 CXMT의 DDR5 D램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서 '수율이 높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지난달 등장한 중국산 DDR5 광고. 킹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22809.1.png)
황철성 교수 "한국이 먹고 사는 메모리에서 추격 거세다"
그럼에도 '중국과 관련해선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는 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얻은 교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같다.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론 올해 중국 D램 점유율이 10%를 넘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5년 CXMT가 웨이퍼 투입량을 237만장으로 전년 대비 50% 늘릴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매출 기준으론 여전히 중국 점유율은 5% 미만이다.) 최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CXMT의 DDR5를 확보, 분석한 뒤 "16nm대 1z 나노 D램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경쟁할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역임하고 700편 넘는 SCI급 논문을 펴낸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를 지난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나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위기와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한국 전체 반도체 산업은 위기입니까.
"요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만약 한국이 파운드리로 먹고사는 나라였다면 우리 경제 전체에 (지금 상황이) 큰일인데요. 어차피 기대만큼 못 버는 상황이었으니, 파운드리 위기와 관련해선 그렇게 큰일인가 싶기도 합니다."▶한국이 먹고 사는 건 메모리죠.
"D램 점유율 추세를 보면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보입니다. 캐시카우인 메모리가 위협받는 상황이 왔습니다. 뭘 하고 싶은가(파운드리)가 아니라 뭘 꼭 해야 하느냐(메모리)의 문제입니다. 꼭 지켜야 하는 게(메모리) 있는데 위험합니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는 게 겁나네요."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일까요."중국입니다.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보면 2024년 1분기에 CXMT 점유율은 10% 지금(2024년 12월)은 13% 정도 도 됐을 겁니다. 미국 마이크론은 생각보단 HBM에서 큰 진전은 안 보이는 듯합니다."
"중국엔 치킨게임 안 통해...한국이 위험해질 수도"
▶CXMT가 무서운 이유, 가장 큰 것 하나만 꼽아주시죠."한국은 늘 앞서나가는 메모리 기술력을 유지했고, 치킨 게임을 해서 메모리 시장에서 과점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오는데 리저너블하지 않은 플레이어가 들어온 겁니다. (CXMT는 한국이) 치킨 게임을 해서 죽일 수 있는 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국과 치킨 게임을 벌이면 우리가 위험합니다. 큰 걱정입니다. 그리고 중국 내수 반도체 시장이 CXMT에 막힌다는 것도 우려할 점입니다."
"CXMT가 DDR4 때 15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20nm를 썼고 우리나라 기업은 DDR5 양산 때 11~15nm를 활용합니다. 아직은 기술 격차는 있죠."
▶'격차가 몇 년'이라고 진단할 수 있을까요.
"3~4년 전에 CXMT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 한국과 D램 격차를 10년이라고 봤습니다. 논문 나오는 것들 보면 지난해엔 5년이라고 봤는데, 요즘엔 '2~3년' 수준이란 이야기가 학계에 많습니다."
▶이 격차가 더 좁혀질까요.
"삼성하고 SK가 14nm D램 때부터 ASML의 EUV 노광장비를 썼는데, 마이크론은 EUV를 안 쓰고 11nm까지 양산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 CXMT도 EUV 없이 11nm D램까진 만들 수 있단 얘기죠 ."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로 ASML의 EUV 노광장비는 CXMT에 수출 못 하는 상황이다.)
EUV 없이 중국 11나노 D램까지 개발 가능할 것
▶중국이 HBM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D램 다이를 작게 만드는 것보다는 HBM은 로우(low) 테크입니다. 쉽지 않긴 한데 EUV가 있어야 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렇다고 하면 중국이 HBM을 못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메모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90년대 초반 회사(삼성전자) 다닐 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10~15%였는데, 최근 30% 가까이 올라왔고,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메모리 기술이 반도체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특히 D램이요."
▶'메모리 센트릭 컴퓨팅'이란 말이 많이 나옵니다.
"포유류의 진화 과정을 보시죠. 포유류의 뇌가 커질수록 뉴런(신호 생성)보다 시냅스(신호전달)의 수가 빠르게 늘어났듯, AI가 고도화할수록 뉴런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보단 시냅스와 유사한 메모리의 수요가 빠르게 커질 겁니다. 앞으로 AI 서비스는 지금보다 수백 배 더 많은 데이터에 접근해야 합니다. 프로세서가 아닌 메모리의 중요성이 계속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3D D램 시대 준비하는 중국
▶요즘 반도체 업계에서 저전력이 이슈입니다."프로세서는 데이터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메모리가 부족하니까 프로세서는 메모리를 적게 쓰는 쪽으로 발전해왔습니다. CPU하고 메모리를 보면 중간에 연결되는 선이 2개가 있습니다. AI 연산이 도입되면서 더 심각해졌죠. GPU가 나오면서 달라진 게 병렬 연산을 많이 해야 합니다. 메모리와 연결선이 1024개가 필요합니다. 메모리에 데이터 액세스를 많이 하니까 전기를 엄청 많이 쓰는 거죠. 여기서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메모리는 더 많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메모리에 엑세스하는 걸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HBM의 시대는 계속될까요.
"GPU와 HBM의 결합으로 AI 서비스 학습과 추론(서비스)에 활용합니다. (거칠게, 쉽게 말해서) 학습할 때는 들어가는 데이터가 32비트, 64비트인데, 추론을 하는 데는 8비트면 충분합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건 셈이죠. 특화된 추론에 맞는 'NPU'와 'LPDDR' 수요도 커질 겁니다."
▶한국 메모리 기업은 어떤 전략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요.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입니다. 5~6년 지나 D램을 9nm 이하로 만드는 데 한계가 옵니다. 할 수는 있겠지만 돈이 많이 들겠죠. 그래서 준비하는 게 3차원(3D) D램입니다. 낸드는 이미 쌓아 올리고 있죠(V낸드). 그런데 D램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3D D램은 마이크론과 중국 기업들도 준비 중일 텐데요."정신이 바짝 난 게, 중국과학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국제전자소재학회(IEDM)에서 3차원 D램 관련 구조를 발표했습니다. 굉장히 겁나는 건 EUV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5~6년간은 현재의 2D 구조로 가겠죠. 그동안 중국은 (3D 관련) 더 스피드업을 할 겁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