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IT 전자기업들에 더 이상 남의 얘기 아냐"

"앞으로는 무탄소 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IT 전자기업들도 CCS(탄소포집저장)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CCS산업은 통상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화학·발전기업들의 필드로 여겨져왔다. 이들 중후장대 기업은 사업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 필연적으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쓰는 IT·전자기업들은 CCS 같은 탄소 제거 사업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판단은 달라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최근 몇 년 새 탄소 제거 기술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섭 한국CCUS추진단장(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에 "블루수소(화석연료에서 탄소를 포집해 생산하는 수소)를 통한 발전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시기에 IT·전자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받으려면 CCS 사업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CCS 산업 생태계는 탄소 다배출 기업이 CCS 서비스 기업에 비용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탄소 배출권 가격만큼의 크레딧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CCS 비용은 탄소 1t당 약 18만~21만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은 1t당 약 1만 원 수준에 그쳐 기업들이 탄소를 감축할 경제적 유인이 약하다. 하지만 수출 시에는 상황이 달라진다.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EU의 높은 탄소 배출권 가격(약 50~100유로)과의 차액을 한국 수출 기업이 EU 당국에 일종의 관세처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탄소 관세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 단장은 "어차피 중장기적으로는 CBAM 등으로 인해 탄소 감축이 필수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도 초창기 CCS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CCUS추진단은 국내 CCUS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2021년 4월 출범했다. 현재 삼성 E&A와 현대, 한화, SK, GS,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전력공사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 단장은 "CCS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탄소 포집 시설, 수출 터미널이나 해외 저장 시설, 탄소 운반선 등 관련 인프라 사업에 참여해 하루라도 빨리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단은 국경 간 탄소 이동이 이뤄지는 해외 CCS 프로젝트를 위해 정부 간 협정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바유-운단 프로젝트(호주), 셰퍼드 프로젝트(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장은 "셰퍼드 프로젝트 등과 같이 탄소 포집부터 수송, 저장 단계의 전 사업자들이 처음부터 컨소시엄을 만들어 CCS 사업을 시작하면 불확실성을 분담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초기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 그는 "미국이 탄소 가격이 점차 오를 것이란 전제 하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S 사업자에 탄소 1t당 85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주요국들은 초기에 지원 제도를 마련해 비용과 수익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지원 방안을 강구해 기업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