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기 양쪽 엔진서 '가창오리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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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참사' 현장조사 보고서
조류와 충돌 이후 4분7초간
블랙박스 기록 중단 가능성
"세부분석·검증 수개월 소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25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조사 계획을 설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첫 현장 조사 보고서 공개다.사고조사위는 사고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와 충돌하기 4분7초 전부터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관제교신 기록 등을 바탕으로 사고가 일어난 12월 29일 오전 8시54분43초 항공기가 무안관제탑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8시57분50초 관제탑이 항공기에 조류 활동 주의 경고를 발신했고, 조종사들도 8시58분11초 항공기 아래 방향에 새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종사들의 대화가 있은 지 1분도 채 안 된 8시58분56초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조난(메이데이)을 선언했다. 이후 여객기는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 반대 방향으로 착륙하기 위해 선회 후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당시 랜딩기어(착륙시설)는 내려오지 않은 상태였다. 동체로 내려앉은 여객기는 활주로에 미끄러지다 오전 9시2분58초 로컬라이저와 충돌했다.
사고조사위는 파손된 항공기 엔진 양쪽에서 발견한 조류 깃털과 혈흔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가창오리인 것으로 확인했다. 가창오리는 몸길이 약 40㎝, 날개 길이 21㎝의 겨울 철새다. 주로 시베리아 동부에 번식해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조사위는 정확한 엔진 상태 확인을 위해 엔진 분해 검사를 준비 중이다.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선 별도 용역을 통해 심층 연구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해 정밀 조사, 블랙박스 분석, 비행기록문서 확인, 증인 인터뷰 등 항공기 운항 전반을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블랙박스와 관제탑 교신 기록 교차 검증 등에 추가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면 항공사나 공항 등에 즉시 안전권고를 내릴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