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기소 땐 추후 법정서 자백하더라도 무효"

대법 "유죄 근거로 사용 못해"
징역형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이 분실한 휴대폰을 영장 없이 탐색해 파악된 정보를 기반으로 기소를 했다면 이에서 파생된 법정 진술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와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피고인 A씨는 2023년 텔레그램 광고를 통해 마약을 구입했다. 이후 그는 피고인 B씨에게 마약을 수거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A씨가 2023년 8월 잃어버린 휴대폰을 습득해 영장 없이 탐색,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증거로 확보했다.

A씨와 B씨는 경찰이 휴대폰을 불법적으로 탐색해 수집한 증거는 모두 무효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들이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며 “위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휴대폰을 영장 없이 탐색하고 전자정보를 수집한 절차가 헌법상 영장주의와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으므로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2심 재판부도 경찰의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고 봤으나 1심 재판에서 나온 피고인들의 법정 자백은 유효한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1심 법정에서 외부의 강요 없이 자백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휴대폰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과 인과관계가 희석됐거나 단절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반으로 기소됐기 때문에 1심 재판의 자백도 무효라는 얘기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대화 내용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기 어려워 법정 진술할 기회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와 이를 근거로 한 2차적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