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월급에 업무 과중…MZ공무원 80% "공직 이탈 고민 중"

인사처, 공무원 1만7000여명 설문조사

30대, 6·7급이 불만 가장 많아
"관두고 싶은 이유는 보수" 62%
업무 부담·민원 스트레스 꼽아
"자녀 공무원 한다면 반대" 34%

정부, 공직사회 사기진작 나서
9급 초임 월 300만원으로 인상
무주택자엔 임대 우선공급 예정
공무원 네 명 중 세 명은 공직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해 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조직의 허리인 30대, 중간직급(6·7급) 공무원의 불만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을 고민하는 사유로는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무원 4명 중 3명 “공직 떠날지 고민”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공무원 인사혁신을 위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공직 이탈을 고민하냐’는 질문에 전체 공무원의 7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인사혁신처 의뢰로 한국행정학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소방직을 제외한 공무원 1만7391명과 민간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설문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지만 주요 내용은 비공개 처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 직급인 6·7급 공무원 중 77.5%가 이탈을 고민한다고 답해 가장 많았다. 하위 직렬인 8·9 급이 75.4%, 사무관급인 5급이 71.0%로 그 뒤를 이었다. 고위공무원단의 이탈을 고민한다는 응답도 60%에 육박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80.1%로 가장 높았고 20대 77.1%, 40대 76.4% 등의 순이었다. 공직 이탈을 고민하는 이유로는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가 62.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밖에 “과중한 업무 부담” 32.2%, “민원 스트레스”가 28.1%로 그 뒤를 이었다.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열심히 일해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해도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들어야 하는 등 공무원의 사회적 지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자녀 공무원 한다면 말릴 것”

자녀(자녀가 없으면 있다고 가정)가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공무원 중에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34.1%로 찬성 23.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중립이라는 의견은 42.5%를 차지했다. 국민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반대라는 의견은 24.8%로 조사돼 공무원보다 10%포인트가량 낮았다. 찬성 의견은 23.2%로 공무원 응답률과 비슷했다. 일반 국민에 비해 공무원 스스로 공직의 위상을 낮게 보는 것으로 해석됐다.

공무원 사기 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과 공무원 간 인식이 다소 달랐다. 공무원의 89.6%가 “보수 인상 등 처우 개선”(복수 응답)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고 “근무환경 및 복지 개선”(48.5%), “공정한 승진과 보상”이 그 뒤를 이었다. 국민은 53.4%가 “보수 인상 등”을 꼽았고 “공무원 조직문화 개선”(48.5%)이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26일 올해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 채용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4.6 대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347명을 뽑는 데 1만2005명이 지원했다. 5급 공무원과 외교관 후보자 공채 경쟁률은 2021년 43.3 대 1, 2022년 38.4 대 1, 2023년 35.3 대 1, 지난해 35.1 대 1로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모집 직군별 경쟁률은 5급 행정직군 37.9 대 1, 외교관후보자 36.2 대 1, 5급 과학기술직군 26.0 대 1로 나타났다.연원정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23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연차 실무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처우를 개선해 공직사회의 사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9급 공무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올해 봉급과 수당을 합쳐 월평균 269만원 수준인 9급 공무원 보수는 내년 284만원, 2027년 3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오른다. 무주택 공무원에게는 2030년까지 약 5800가구의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곽용희/권용훈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