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치할 수 없는 '그냥 쉰' 청년 45만명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새해가 되면 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진다. 신년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목표 관리용 최신 어플도 설치한다. 삶에서 꼭 필요한 숙제를 발굴해 월, 주, 일 단위로 계획을 설계한다. 그러나 작심삼일! 많은 사람이 몇 개월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시도로만 끝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새해 계획을 12월까지 무사히 완료한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왜 사람들은 시도만 하고 중간에 포기할까? 대부분 수립한 목표 그 자체만으로 최종 도달점을 제시했다고 스스로 타협하기 때문이다.

도전은 긴 시간 인내를 요구한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그간 경제 성장을 이룬 비결은 ‘빨리빨리’라는 목표지향적 문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성장은 정체 구간이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념설계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념설계 역량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똑같이 따르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길을 구축하는 도전의 과정에서 축적할 수 있는 역량이다.

영화배우 덴절 워싱턴은 딜라드대 졸업 축사에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Big Fail’하라고 말했다. 실패가 두려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통해 박스 밖으로 당당하게 나가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에서는 매년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교수, 기업인, 학생 등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실패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다. 도전을 국가적 루틴으로 만든 셈이다.

심리학자인 레이먼드 카텔은 인간의 지능을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했다. 유동성 지능은 유전적인 경향이 강해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결정성 지능은 끊임없는 경험과 학습, 도전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71세에 유튜버에 도전한 박막례 할머니, 40세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 1001번째에 전구 필라멘트를 개발했다는 토머스 에디슨 등 우리 주변에는 멈추지 않는 도전을 통해 변화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지난해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훈련 과정을 통해 최연소 식물보호 산업기사를 취득한 유선화 씨가 대표적이다. 유씨는 지난해 국가자격취득자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는 “1110시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며 “나무 의사라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 순간 변화를 시도하는 도전의 과정이 루틴이 돼야 한다.

지난해 근로하지 않고 쉬었다고 답한 청년은 45만여 명에 이른다. 뱀이 허물을 벗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도전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올해 수립한 멋진 계획이 멈추지 않도록 직업능력의 새로고침이 일상적 루틴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