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17장 분량 유서 봤더니…"동료 2명이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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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유서 확인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풀리면서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원고지 17장 분량…괴롭힘 정황 담겨
27일 매일신문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9월15일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에 이르는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뒤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유서를 보면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자신이 낸 오보를 오씨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했고 먼저 입사한 또 다른 동료는 잘못된 기상정보 정정을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를 지적한다'는 취지로 비난했다는 것.
오씨 계정의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괴롭힘 정황이 담긴 내용이 포착됐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에게서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땐 한 기상캐스터가 오씨를 향해 "너 뭐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외에도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장기간 오씨를 비난해 왔던 메시지와 음성이 다수 발견됐다. 유서엔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다'거나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날 살리려고 불편해지는 것도 싫다'는 취지가 담긴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선 오씨의 지인들이 남긴 반응으로 보이는 게시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지인은 "제 사랑하는 친구가 MBC 기상캐스터 선배들로부터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했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지인들은 "안나의 긍지를 꺾은 가해자들이 꼭 처벌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요안나는 제게 단단한 버팀목이었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소중한 친구였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 왔다는 점을 약 3년 전에도 들은 바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씨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2019년 춘향선밸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엔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다. 이후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