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최혜 대우' 약정…소비자 이익과 공정경쟁 사이 해법은 [이인석의 공정세상]

언택트 문화·정보 투명성으로 성장한 배달앱
배민, 음식점에 "배달앱 중 혜택 최우선" 요구
가격 상승·독점 우려…"부작용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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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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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젊었을 때 배달 음식이라면 중국집 짜장면과 탕수육이 전부였다. 필자가 판사로 활동할 때도 중국집 외에는 치킨·피자 정도가 배달 음식의 대부분이었는데, 그게 불과 십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면 가장 먼저 챙기는 일 중 하나가 동네 짜장면집 전화번호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현관 신발장 옆에 중국집 전화번호 스티커를 붙여 놓거나 냉장고에 자석형 병따개로 중국집 전화번호를 붙여 놓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그런데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의 확산은 우리 음식 소비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음식 주문과 배달도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뭐가 맛있는지 음식점에 직접 묻는 순진한 모습이나, 배달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감(感)으로 묻고 답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이제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사용자 리뷰와 평점이 음식점 추천을 대신하고, 배달앱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예상 배달 시간이 음식점 사장님의 감을 대신하게 됐다.

배달앱의 성장세는 통계청 자료로도 확인된다. 실제로 2017년 2조 7326억원이었던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8년 5조 2628억원, 2019년 9조 7354억원, 2020년 17조 3342억원으로 매년 두 배씩 성장했다. 특히 2021년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26조 6783억원에 이르면서 2017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전체 시장 규모가 10배나 급성장했다.

소비자 편리성·정보 비대칭 해소가 성장 견인

배달앱이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배달앱 역시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앱 자체의 편리함도 배달앱 성장을 가속하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배달앱은 라이더들을 별도로 모집·관리하면서 기존에 배달이 어려웠던 음식점도 주문·배달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이후 언택트 문화를 반영해 앱을 통한 편리한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또한 배달앱은 소비자들이 직접 평점을 매기고 리뷰를 작성토록 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소비자들이 비교적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는 여건까지 조성했다. 배달앱의 이런 장점은 소비자들의 가입 촉진 및 음식점의 가입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2017년 이후 계속된 배달앱의 폭발적 성장세를 이끌었다.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비대면 선호 심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현대인들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감정 없는 기계를 다루는 데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생기며 비대면 선호 심리도 배달앱의 확산을 알게 모르게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사진=한경DB

"배민 혜택 최대화하라"는 MFN

배달앱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서 최근 여러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배달앱이 입점 음식점에 체결을 요구하는 '최혜 대우 약정'(Most Favored Nation, 이하 'MFN')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배달업계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입점 음식점에 MFN을 요구한 혐의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배민이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민에서의 판매 가격을 다른 배달앱보다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하는 MFN을 요구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 내용이다. MFN이란 말 그대로 여러 배달앱 가운데 배민에 대한 혜택을 가장 높게 함으로써 '배민보다 좋은 혜택을 받는 배달앱이 없도록 보장하라'는 내용의 약정이다.

그렇다면 MFN이 왜 문제 되는 것일까?

① 우선 음식점으로서는 배민과의 MFN으로 인해 다른 앱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다른 앱에서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 배민에서도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가 생겨 매출이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② 그리고 이는 다른 경쟁 앱의 점유율 확대를 저지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다른 경쟁 앱에서는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데, 배민과 MFN을 체결한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가격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브랜드 내 경쟁이 제한되는 점도 MFN과 관련한 부수적인 경쟁제한 효과다.

③ 배민이 수수료라도 인상하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음식점이 수수료 인상분을 반영해 배민에서 가격을 높이려면 MFN으로 인해 다른 배달앱에서도 가격을 높여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가격의 전체적인 인상을 초래한다. 만일 배민에서 가격을 높이지 않으려고 한다면 수수료 인상분을 입점 업체가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 이익 vs 독점 규제... 균형점 찾아야

MFN은 관여 사업자가 배민과 같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때 경쟁제한 효과가 극대화된다. 배달앱 간 경쟁을 약화시켜 혁신을 저해하고, 신규 배달앱이 판매가격이 낮은 입점 음식점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시장점유율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체결하는 MFN은 시장가격을 일정한 수준으로 수렴시켜 궁극적으로는 경쟁사업자 간 담합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점도 경쟁법상 문제가 된다.배달앱은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경쟁법상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반면, 소위 '교차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일부 배달앱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얻고, 해당 배달앱이 MFN 등으로 시장점유율의 고착화를 의도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배달앱의 독점이익이 고스란히 입점 업체의 불이익과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최근 플랫폼경쟁법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위로서는 배달앱의 소비자 후생효과는 극대화하면서도 거기서 파생되는 경쟁제한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I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2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23년간 법원에서 경력을 쌓았다.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 공정거래 판결작성실무 집필위원 등도 역임했다. 2021년 법무법인 광장에서 공정거래그룹장을 맡아 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기업 관련 송무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현재 법무법인 YK의 대표변호사이자 공정거래그룹장으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