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당한 故오요안나…가해자 추정 실명 저격까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해 사망 소식일 알려졌 MBC 기상캐스터 故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가해자로 추측되는 동료들의 실명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방관했다고 알려진 MBC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매일신문의 지난 27일 보도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9월15일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에 이르는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오씨는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뒤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유서를 보면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자신이 낸 오보를 오씨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했고 먼저 입사한 또 다른 동료는 잘못된 기상정보 정정을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를 지적한다'는 취지로 비난했다는 것.

이에 온라인에서는 오씨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가해자로 추정되는 2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동료 기상캐스터 두 명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댓글로 "직장 내 괴롭힘 방관한 MBC가 제일 문제다"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더 글로리가 계속 현실에 존재한다. 왕따 시킨 가해자들 꼭 처벌해라", "직장 괴롭힘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받지 않은 기상캐스터 김가영에게도 불똥이 튀면서 오씨의 지인인 유튜버 일주어터가 대리해명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그는 "가영 언니는 오요안나 님을 못 지켜줬다는 사실에 당시에도 엄청 힘들어했다. 저는 오요안나 님과 같이 운동을 한번 해봤던 인연이 있는데 한 번 뵀을 때도 오요안나 님이 저에게 가영 언니 너무 좋아하고 의지하는 선배라면서 진심으로 얘기해주셨다"고 밝혔다.MBC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했다는 비판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오씨가 사망 전 MBC 관계자 일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사망 후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어 MBC 측에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은 MBC에 여러 차례 괴롭힘 신고했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MBC처럼 입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척결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 이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MBC는 최근 '윤 대통령 생일합창에 직원 동원 의혹 경호처…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보도했다"며 "경호처 직원을 생일합창에 동원한 것은ㅇ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호처 직원이 세상을 등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생일잔치에 동원된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신랄하게 질타하던 MBC가 자사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고인에 대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