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기충천 산행] 기운 샘솟는다는 강화 '마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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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딛고 올라서면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생기처'
![마니산 등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서해](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42771.1.jpg)
그도 그럴 것이 마니산은 기 돋우는 명산으로 유명하다.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마니산은 ‘기(氣)를 폭포수처럼 분출하는 생기처(生氣處)’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생기처'로 불리는 곳은 여럿 있다. 경북 김천의 오백년 고찰 직지사와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 등이다. 개천절 행사가 괜히 마니산을 터로 삼은 것이 아니다.기운 좋다 하니 무속인들이 의식을 지내러 자주 찾고 안전사고도 빈번해 2019년 참성단 통행을 금지하다 2023년 다시 일반에 개방했다. 새해를 맞아 첫 등산지로 찾은 참성단 계단 앞에서 먼저 둘러보고 내려오던 등산객이 "올라가면 가슴 뻥 뚫립니다"며 모르는 이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싶어질 정도로 산 기운이 호탕하다.
바위산의 위엄과 바다를 품은 장관
서울역을 중심으로 마니산관광단지 입구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에서 내린 뒤 지역 버스 71번을 타고 초지대교를 건너면 관광단지입구까지 간다. 입구에서 마주한 마니산은 하늘을 향해 다소곳하게 두 손을 뻗은 모양새다.마니산은 입장료를 받는다. 성인은 2000원이다. 초입에는 식당과 편의점이 있어 요깃거리나 간단한 등산용품을 판다. 날이 좀 풀려 특별한 장비 없이 떠난 산행인데 매표소 직원이 신발에 끼우는 아이젠이 없으면 입산할 수 없다는 말에 편의점에서 아이젠 하나를 장만했다.마니산 등산로 입구는 총 4개다. 함허동천이나 정수사에서 시작하는 바위 코스와 관광단지 입구에서 만나는 단군로와 가파르지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천사계단로 등이다. 초보는 좀 돌아가더라도 비교적 완만한 단군로가 적당하다. 오르는 길에 서해 풍경을 내내 볼 수 있는 산행이 지루하지도 않다.
강화도는 팔만대장경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고려 때 조정이 몽골을 피해 강화로 수도를 옮기면서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니산과는 거리가 있지만 강화군 석모도에는 우리나라 3대 해상관음도량(관음보살을 두고 기도하는 곳)인 보문사가 있다. 서해를 내려다보고 있는 바위의 마애관음좌상은 신비를 자아낸다. 동해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와 남해를 마주한 경남 남해 보리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좋은 기운 받겠다는 마음으로 한참을 오르다 보면 멀리서 참성단이 보이다. 흙길과 바위가 드문드문 이어져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으나 오르면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다리 좀 아픈 것이 대수가 아니다. 왼쪽으로 영종도와 주변의 야트막한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너른 평야와 비늘 같은 빛을 반사하는 서해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시름을 잊게 한다.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