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비상계엄 유탄'…오세훈의 선택과 지지율 흐름은 [이호기의 서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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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5일 중곡제일골목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포옹하며 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43273.1.jpg)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비상계엄의 유탄을 맞았습니다. 2021년 보궐선거에 이어 2022년 지방선거에 당선돼 4선 고지에 오른 그는 당초 2026년 임기를 마친 뒤 시정 성과를 내세워 대선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런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입니다.합리적인 중도 보수를 자처하며 안정적인 시정을 펼쳐오던 그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사상 초유의 정치 이벤트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비상계엄이 처음 발령된 그날부터 한번 되짚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발동한 지난해 12월 3일 오 시장은 하필 다음날 예정돼 있던 인도 출장을 전격 취소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에 반대합니다. 계엄은 철회되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립니다. 비상계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셈입니다.
다행히 다음날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되고 윤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만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습니다.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오 시장은 12월 6일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국정 안정을 위해 책임총리제로 전환하고 비상 관리 내각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하지만 이 발언은 결과적으로 오 시장의 지지율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의 의뢰로 12월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의 지지율은 2%로 불과 2~3일 전인 12월 3~5일에 비해 1%포인트나 하락했던 것입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월 3~5일 조사에선 4%였던 오 시장의 중도층 지지율이 6~7일엔 0%로 급전직하해 중도층의 민심이 떠나간 게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결국 오 시장은 국회에서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던 12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 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지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12월 14일 이후부턴 오 시장은 '민생경제 챙기기'에 온 역량을 집중합니다. 각 분야별로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 민간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것입니다.이 같은 오 시장의 행보는 지지율에도 긍정적인 흐름으로 나타났습니다. 12월 중순 바닥을 쳤던 그의 지지율은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해 지난 23~24일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7%까지 올라섰지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경쟁 후보들 가운데 가장 앞선 43%(이재명 46%) 지지율을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최근 공수처의 부실수사 논란과 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에 따른 역풍이 일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여권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라는 점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조사에서도 나타났듯 중도층을 끌어안을 보수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앞으로의 오 시장의 선택과 행보를 꾸준히 지켜봐야 할 이유가 아닐까요.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