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도 뒤흔드는 中 '애국 엘리트'[딥시크 쇼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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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격이라고?…"내가 지켜야지"[클릭 차이나]"미국의 대중 첨단산업 압박이 더 심해지면 '애국 엘리트'들이 더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다시 들어올 겁니다. 우리는 미국의 견제가 강해지면 이상하게 더 뭉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최근 만난 한 중국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경쟁 심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AI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발빠르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중국도 그대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 깔려 있는 말이었습니다.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2008~2018년) 영향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고국행을 택하는 해외파 엘리트들이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였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으로 돌아오는 중국 과학자들이 최근 몇년새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미국과 중국의 기술 갈등이 격화된 데다 중국 정부의 '기술 맞불' 전략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또 이런 이른바 '애국 엘리트'들이 돌아왔을 때 중국 정부나 기업의 지지도 전폭적이기도 하고요. 미국의 기술 제재에 중국 정부나 기업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맞서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미국 빅테크에서 근무했던 핵심 인력을 영입해 필요한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2위 파운드리 업체 화훙반도체는 최근 인텔 글로벌 부사장이었던 펭바이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답니다. 그는 반도체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빈다. 인텔에서 수율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책임자, 글로벌 부사장을 맡았죠.
임원급만도 아닙니다. 독일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인 자이스 SMT 직원들은 화웨이로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최대 연봉 3배가 제시됐다고 하네요.
비단 해외파만 인재 영입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창업자인 량원펑(梁文鋒)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1985년생으로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딥시크의 R&D 인력은 139명에 불과합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연구원만 1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되죠. 하지만 훨씬 적은 개발비로 만만치 않은 성능의 AI 모델을 내놔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딥시크의 연구 인력은 대개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명문대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석사나 박사 과정 중에 있기도 하고 업계 경력도 그리 길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연령대도 20~30대 초반이 많고, 팀장급도 거의 30대 중반 미만이라고 합니다. 신입사원이나 1~2년 경력의 직원들이 핵심 기술을 이끌고 있습니다.
딥시크의 핵심 인물들 중에선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뤄푸리가 있습니다. 그는 베이징사범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베이징대에서 컴퓨터언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딥시크는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파 인재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최고 인재들이 과소평가되고 여기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철학에 공감하는 젊은 국내파 인재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포브스는 "딥시크 연구팀에는 중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이 모여 있다"며 "전통적인 업무 경험보다 기술적인 능력을 우선하는 채용을 통해 AI 개발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