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176명 비상탈출'…위급상황시 짐 챙기면 안되는 이유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 승객들이 비상탈출을 하는 가운데 꼬리부분에 연기가 나고 있다. 승객 169명, 승무원 7명 모두 대피했으며 화재는 진압됐다. (독자 제공) 사진=뉴스1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 승객들이 비상탈출을 하는 가운데 꼬리부분에 연기가 나고 있다. 승객 169명, 승무원 7명 모두 대피했으며 화재는 진압됐다. (독자 제공) 사진=뉴스1
"항공기서 긴급 탈출할 때는 짐 챙기지 말고 선반 열지도 말고 승무원 지시에 따라 팔 안쪽으로 모으고 슬라이드 통해 내려가야 합니다. 예전에 한 사고에서는 승객 한 명이 자신의 짐을 꺼내려고 지체하는 바람에 승객 절반이 사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연속적으로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해 176명이 비상탈출 하는 아찔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9일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긴급탈출 시 주의해야 할 점을 강조했다.소방청 등에 따르면 28일 오후 10시26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홍콩으로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ABL391편(부산-홍콩, HL7763, A321)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탑승객 176명이 전원 비상탈출에 성공, 3명 경상에 그쳤다. 불은 화재 발생 1시간여만에 완전히 꺼졌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일어난 사고라 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당시 기내에는 승객 169명,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들은 화재 직후 항공기 비상 슬라이더를 통해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 다만 슬라이드를 통한 탈출 과정에서 3명이 타박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항공기 일부도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2019년 비상 착륙 중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에서 78명 4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이 대참사로 이어진 원인은 수하물, 탑승객의 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많은 전문가는 기내 비상 상황 발생 시 90초 안에 승객이 비행기에서 탈출해야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90초가 지나면 비행기의 알루미늄 외피가 녹기 시작하며 내부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화재 연기로 인해 질식 등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수하물에 손을 대는 행위만으로 다른 승객들의 통로를 막아버려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러시아 항공 사고에서도 절체절명의 순간 통로에서 짐을 찾고 자기 가방을 메려던 승객으로 인해 다른 승객의 탈출이 방해받았다. 실제 이 승객 좌석 뒤에 있던 승객 중에서는 단 세 명만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승객 169명, 승무원 7명 모두 대피 완료했으며 화재는 진압됐다. (SNS 캡쳐) 사진=뉴스1
그렇다면 선반이 아닌 좌석 아래 짐을 챙겨서 탈출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 또한 위험한 행위다. 가방의 버클 등 부착물로 인해 슬라이드가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공기를 집어넣은 형태의 튜브형 슬라이드는 마찰 또는 뾰족한 힐에 의해서도 파손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후 10시34분쯤 현장에 도착, 꼬리에서 시작된 불이 동체 쪽으로 확대되자 오후 10시3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소방 인력 188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인 결과 오후 10시24분쯤 불길을 잡고 화재 발생 1시간 5분만인 오후 11시31분쯤 완진에 성공했다.

소방 당국은 항공기 후미 상부 부근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