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엔 무시하더니…챗GPT "우리도 무료 배포" 돌변 [김주완의 빅테크는 지금]

中 딥시크 돌풍, 오픈AI의 왕좌 흔들리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파에 챗GPT의 운영사 오픈AI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딥시크에 대한 평가도 최근 크게 바뀌었다. 오픈AI는 우선 무료 서비스 확대 등 이용자 잡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중국 AI 굴기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딥시크의 ‘가성비’를 앞세운 AI 모델로 미국 빅테크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 딥시크는 최근 오픈AI의 'o1' 모델과 경쟁하는 추론 모델 ‘R1’ 시리즈를 공개했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개(오픈 소스) LLM이다. R1과 R1-제로는 ‘딥시크-V3’를 미세 조정한 모델이다. '전문가 혼합(MoE)'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전체 매개변수 중 약 340억개만 활성화하도록 설계돼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앞서 딥시크는 지난달 새로운 LLM ‘딥시크 V3’를 공개했다. 이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6710억 개에 달한다. 매개변수는 AI가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는 규모다. 딥시크 V3의 매개변수 규모는 역대 오픈 소스 모델 중 가장 크다. 메타 ‘라마 3.1’의 1.5배 이상이다. 딥시크에서도 글쓰기,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코딩), 번역 등 문자 기반의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딥시크의 '딥시크 R1'의 바탕 모델인 V3는 코딩 벤치마크(성능 평가)에서 오픈AI의 ‘GPT-4o’, 메타의 ‘라마-3.1’ ‘클로드-3.5 소넷’ 등을 넘어섰다. 수학에선 성능 차이가 더 컸다. 미국 고등학교 수학 경시대회 문제로 평가하는 ‘MATH 500’ 기준으로 딥시크 V3는 90.2점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모두 70점대에 그쳤다. 미국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탠 대표는 "딥시크의 검색은 단지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며 "이는 추론 과정을 보여주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업계가 주목한 건 개발 과정이다. 딥시크는 V3를 개발하면서 엔비디아의 반도체 H800 구동 시간 기준으로 278만8000시간을 훈련했다고 밝혔다. 비용으로 따지면 557만달러(약 82억원) 정도다. 라마 3.1의 개발비(엔비디아 H100 1만6000대 투입 기준) 6억4000만달러(약 9406억원)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한 안드레이 카파시는 소셜미디어 X에서 “최첨단의 LLM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적은 예산으로 만들었다”며 딥시크를 극찬했다.딥시크가 A100, H100 등 엔비디아의 최신 최고 사양 반도체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해 군사 무기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딥시크가 확보한 H800은 엔비디아가 기존 H100을 중국 수출용으로 변형한 저사양 모델이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0월 H800의 수출도 금지했지만 중국이 상당량의 물량을 확보한 뒤였다.


직격탄 맞은 오픈AI

자료=로이터
딥시크의 부상으로 타격받은 업체 중 하나는 오픈AI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구글, 앤스로픽, 메타 등과 경쟁하며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다.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올트먼 CEO는 처음에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해 시큰둥했다. 글로벌 AI 업계에선 지난달 나온 '딥스크 V3'에 대해서도 극찬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트먼 CEO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효과가 있는 것을 모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롭고 위험하고 어려운 것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개별 연구자가 그것을 해냈을 때 당연히 많은 영광을 얻습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올트먼 CEO가 딥시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딥시크를 겨냥한 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딥시크가 오픈AI의 AI 모델 GPT 시리즈를 모방했다고 깎아내린 것이다. 오픈AI가 앞장서 개척하고 있는 AI 개발이 더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트먼 CEO의 딥시크에 대한 평가는 최근 급변했다. 딥시크가 'V3' 모델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오픈AI의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o1'에 맞먹는 신규 AI 모델을 내놓으면서다. 올트먼 CEO는 28일 엑스에 " 딥시크의 R1은 특히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인상적인 모델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훨씬 더 나은 모델을 제공할 것이며 새로운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우리는 몇 가지 (서비스나 기업 운영 방향 등)을 발표할 것입니다."는 글을 올렸다. 딥시크를 경쟁사로 인정한 것이다.딥시크의 부상으로 오픈AI는 서비스 제공 방식도 변경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챗GPT 무료 사용자에게도 최신 LLM인 o3-미니 모델을 제공하기로 했다. 'o3-미니'는 오픈AI의 최신 추론 모델이다. 지난달 처음 공개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오픈AI는 유료 이용자에게 최신 AI 모델 사용 우선권을 제공했는데 이번엔 무료인 딥시크의 영향으로 최신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오퍼레이터' 기능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월 200달러의 '챗GPT 프로' 이용자만 사용이 가능하다.

올트먼 CEO가 반격을 시작한 배경은 오픈AI의 기업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오픈AI의 기업 가치 1570억달러로 불었다. 66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다. 스페이스X, 바이트댄스(틱톡)에 이어 세 번째로 기업 가치가 큰 비상장사다. 오픈AI는 추가 투자받기 위해서 영리 법인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오픈AI는 현재 비영리법인의 통제를 받고 있다.

글로벌 비상장사 조사업체인 CB인사이츠는 이날 "딥시크의 발전은 기초 AI 모델 개발사에 투자된 막대한 금액을 잠식할 수 있다"며 "딥시크 때문에 AI 스타트업이 인프라 구축을 위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AI와 앤스로픽같이 폐쇄형 AI 모델 개발업체의 기업 가치 평가에도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진짜 위협이 될까

다만 딥시크가 최근 알려진 것보다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딥시크 이용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딥시크 프라이버시 정책 관련) 수집하는 정보가 매우 광범하게 많다. 심지어 사용 장비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이나 리듬, IP 정보, 장치 ID 등은 기본에 쿠기까지 싸그리 (가져간다). 당연하게도 수집한 사용자 정보는 중국 내에 있는 보안 서버에 저장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경우 이용자 확보에 한계가 있다.딥시크의 개발비용이 과소 추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7일 엑스에 딥시크가 발표한 것보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미국 AI 데이터업체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CEO이 CNBC와 인터뷰 영상에서 "딥시크가 약 5만개의 엔비디아 H100 칩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에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