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칸에 보조배터리 넣었냐' 묻더라"…에어부산 화재 원인은?

화재 항공기 승무원 "선반 내부 연기 목격"
전문가 "화재, 보조배터리 등 외부 요인 가능성 커"
사조위 "사고 원인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조사"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으로 승객 소유 보조배터리 등 수화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항공기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주방에 있다가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목격해 관제탑으로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상황을 알렸다.28열에 앉았던 한 승객은 "갑자기 탄 냄새가 나서 뒤를 보니 불길이 강하게 솟았다"며"33~34열 머리 위 짐칸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을 본 승무원이 '누가 짐칸에 배터리 넣으신 분'이라고 물어보더니 차량용 소화기를 가져오더라"며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다급한 상황에서도 별도의 기내 대피 명령은 없었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승객들도 "선반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비행기 화재는 전날인 28일 오후 10시 30분께 항공기 꼬리 내부에서 시작됐다.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항공기 문제라기보다는 보조배터리와 수하물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항공기 보조 동력장치(APU)에서 불이 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선반 안에 있던 보조 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측했다.

장형삼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비행 교수는 "후미에 APU가 있지만 해당 장치나 전기 배선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흔한 일도 아니다"라며 "선반에서 연기가 발생했다는 증언 등을 종합해 보면 승객 짐이 문제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보조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종종 발생했다. 지난해 4월과 7월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OZ8913편 여객기와 태국 방콕 수완나품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도착 예정이던 이스타항공 ZE512편 등에서 일어난 화재 원인이 모두 보조배터리였다.

현재 160Wh 이하의 보조 배터리는 기내 휴대는 할 수 있지만 위탁수하물은 불가능하다. 160Wh를 초과할 경우 반입 자체가 불가하다.

이번 사고로 인해 에어부산의 지난해까지 12년간 항공편 수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유지하던 10년 이상 무사고 기록이 깨졌다.부산소방재난본부는 현재 선반 내부에 있던 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토부 항공기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항공기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 양쪽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