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절 하지 않더니 왜 이래?"…테무, 돌변한 이유가

테무, 韓 시장 공략 본격화
키워드 광고・셀러 모집 검토

작년 11월 美 셀러 처음 모집
한국 셀러 입점도 본격 검토
K뷰티·K패션 등 판매할 듯
셀러 상대 키워드 광고 나설 전망
한국 물류센터 설립도 만지작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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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커머스 테무가 그동안 일절 하지 않았던 키워드 광고와 한국 내 셀러(판매자) 모집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무의 최대 경쟁자인 알리바바그룹이 신세계와 손을 잡고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한국 시장에서 키워드 광고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키워드 광고란 e커머스에 입점한 셀러가 돈을 내면 화면 상단에 상품을 우선 노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소비자가 ‘선크림’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지금까진 판매량과 반품 비율, 상품 후기 등을 감안해 가장 반응이 좋았던 선크림을 순위 별로 보여줬다면 앞으론 광고 비용을 많이 낸 업체의 선크림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다.
테무가 올해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앱 차트 1위에 등극했다. 테무 제공
테무가 올해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앱 차트 1위에 등극했다. 테무 제공
이러한 키워드 검색은 쿠팡을 비롯한 국내 e커머스의 주된 수익원이기도 하다. 테무가 국내에서 키워드 광고를 하지 않은 것은 중국 본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지만, 한국 시장에서 굳이 돈을 내고 광고를 할 만한 셀러를 찾기 어려운 것도 감안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판매 상품을 중국 현지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공수한 뒤 전세계에 초저가에 파는 게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처음 지역 셀러 모집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상품을 미국에서 파는 게 아니라, 미국 상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각 국가별 셀러가 테무에 입점하게 되면 키워드 광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진다. 각 지역별 셀러가 서로 경쟁하면서 상품을 상위에 노출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서다.

한국에서 키워드 광고 모델을 검토 중이란 것은 한국 내 셀러 모집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테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테무가 한국에서 셀러 모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K뷰티, K패션, K푸드 등 한국 상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셀러 유치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테무의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신세계와 손잡고 대량으로 한국 셀러 확보에 나서면서 테무의 한국 셀러 모집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알리바바는 해외 시장 전용 e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과 신세계 G마켓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 조인트벤처(JV)를 세우기로 합의하고, 관련 신고서를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다. 작년 12월 기준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국내 2위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5위 G마켓이 합쳐지는 것이다. 공정위가 JV 설립을 허용하면 알리바바그룹은 G마켓의 시스템과 연동해 G마켓 내 약 60만 셀러 상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3위 테무 입장에선 변화를 줄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테무는 또 한국 내 전용 물류센터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셀러 모집에 나설 경우 이들을 지원할 물류센터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자주, 많이 구매하는 상품은 한국 내 물류센터에 미리 넣어둬 배송시간을 단축하려는 목적도 있다. 테무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시장 규모가 큰 곳 위주로 현지 물류센터를 운용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