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요 줄었다더니…컬리·쿠팡 등 명품 사업 뛰어드는 속내는

이커머스 업체들, 명품시장 속속 진출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 모습. 사진=뉴스1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2∼3년 전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는 명품 판매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30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12월 명품 쇼핑 플랫폼을 입점시켜 셀린느,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등 30여개 명품 브랜드의 의류, 패션잡화 등 990여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자 배송 상품으로 컬리가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기존 식품 사업에서 화장품 사업(뷰티컬리)을 확장한 데 이어 새로운 카테고리의 사업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다.이미 쿠팡과 네이버, 롯데온, SSG(쓱)닷컴, 11번가 등의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도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명품 판매에 나선 것은 고객층 확대와 매출 증대를 위해서다. 명품은 경기 영향을 받지만, 다른 소비재보다 둔감한 카테고리여서 매출이 꾸준히 나오는 데다 명품 판매를 통해 새로운 고객층 유입도 가능하다. 또 불경기에 명품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커머스로 옮겨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백화점이나 명품 브랜드 자체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제품이나 인기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모델들로 구성돼 있다.롯데온의 경우 2022년 9월부터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를 운영하며 연평균 20%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선물 수요가 많은 12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늘었다. 롯데온은 지난해 11월 '럭셔리 쇼룸' 코너를 오픈해 직배송 기능을 추가했다. 명품 브랜드 또는 각 브랜드의 공식 판매처로 인정받은 이탈리아 현지 부티크가 직접 상품을 보낸다.

SSG닷컴도 명품 전문관을 지난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전면 개편한 데 이어 올해 전략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 외에 '신명품'으로 불리는 신진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커머스가 명품 판매를 강화하는 이유다. 11번가는 2023년 3월부터 명품부터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취급하는 '우아럭스'를 운영하고 있다.초반에는 버버리, 구찌, 생로랑 등의 명품 브랜드가 주류를 이뤘으나 지난해부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10만∼50만원대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로 상품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 인기 제품은 10만원 전후 가격대인 오트리의 메달리스트 스니커즈, 롱샴의 르 플리아쥬 오리지널 핸들 파우치, 꼼데가르송의 백팩, 루이비통의 파운데이션 에코백(9만원대) 등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