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기업 격전장 된 팬덤 플랫폼…하이브, SM 이어 카카오도 참전

엔터업계, 플랫폼 사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하이브·카카오·SM, 팬덤 플랫폼 경쟁 본격화
‘위버스’ MAU 970만…1000만 팬덤 아티스트도 등장
디지털 멤버십·굿즈·공연 연계로 수익 다각화
글로벌 한류 팬 2억 명…무한 확장 가능성
BTS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BTS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K팝 스타와 팬들간의 소통을 위해 개발된 팬덤 플랫폼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새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기업이 아티스트의 앨범, 공연 등으로 수익을 확보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으로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면서다. 전세계 K팝 팬들을 기반 삼아 빠르게 플랫폼 이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시장 분석이 나온다.

30일 엔터테인먼트·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70만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를 기록했다. 해외 접속 비중은 87%에 달했다. 이 플랫폼에서 회원 1000만명을 넘긴 아티스트가 3개 팀이나 나왔다. 방탄소년단(BTS)은 2700만명이 넘는 초대형 팬덤을 뒀다. 지난해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이 전년보다 18% 줄어든 가운데 낸 성과다. 지난달 위버스는 새 유료 멤버십도 도입했다. 기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선 보기 어려웠던 다중 멤버십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엔하이픈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엔하이픈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카카오도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팬덤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다. 플랫품 사업에 필요한 개발자를 지난달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앱을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업체인 디어유를 통해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디어유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위버스는 네이버가 2대 주주다. 주요 엔터테인먼트·플랫폼 업체들이 합종연횡으로 팬덤 플랫폼을 키우는 형국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노머스도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며 자체 팬덤 플랫폼에 신규 서비스를 붙이기 시작했다.

‘1000만 회원’ 아티스트만 3개 팀


“한국 기업이 수억명 단위로 서비스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으는 데엔 팬덤 플랫폼 만한 시장이 없습니다. 아티스트의 신상 변화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갖추려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로선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을 옮겨 다니며 약 20년 업력을 쌓은 관계자는 팬덤플랫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이용자 수가 970만명을 기록했다. 전분기(920만명)보다 5% 늘었다. 위버스는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가 2019년 선내놓은 팬덤 플랫폼이다. 역대 최대 이용자 수는 2023년 3분기의 1060만명이다. 방탄소년단(BTS)이 하이브와 재계약을 알리면서 이용자가 몰렸던 시점이다. “BTS가 군 입대로 활동이 어려웠졌음에도 이용자 증가세를 회복했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고무된 배경이다.
블랙핑크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위버스는 지난달 새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다. 새 멤버십은 월 2700~5400원에 음성 강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화질 개선 기능을 내놨다. 아티스트 영상을 오프라인으로 소장하는 기능은 덤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다른 유료 멤버십의 존재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일대일 메시지를 주고 받는 서비스인 ‘위버스 디엠’, 콘선트 선예매 혜택과 전용 콘텐츠 시청권을 제공하는 아티스트 멤버십을 운용하고 있다. 위버스가 유료 멤버십 사업모델을 층층이 설계한 데엔 견고한 팬덤이 기반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위버스의 BTS 커뮤니티 회원 수는 2713만여명이다. 엔하이픈(1069만여명), 투모로우바이투게더(1016만여명) 등도 1000만 회원을 자랑한다.

뮤지컬 배우인 정선아와 민경아뿐 아니라 트로트 가수 영탁, 배우 신세경 등도 위버스를 쓴다. 위버스에 소속된 아티스트는 지난달 말 기준 162개 팀이다. 해외 아티스트도 32개 팀이 있다. 지난해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 리파 등 세계적인 팝스타도 위버스에 둥지를 틀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이브 아티스트의 추가 입점으로 (위버스의) 구독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디지털 멤버십과 영상 광고 수익도 (실적에) 올해 본격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상반기 팬덤 플랫폼 출시

올해엔 카카오도 팬덤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인 ‘베리즈’를 이르면 올 상반기 내놓기로 했다. 카카오엔터는 베리즈를 방송, 굿즈 판매 등을 결합한 e커머스 겸용 플랫폼으로 출시해 두 플랫폼의 역할을 구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계열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최대주주로 있는 디어유도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용하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의 일대일 소통이 핵심 기능이다. 디어유는 최근 사업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10월 미국 등에서 각각 버블 서비스를 개시했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와 지난해 10월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노머스도 팬덤 플랫폼인 ‘프롬’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상 메시지, 라이브 방송 등의 기능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웠다.


팬덤 소통 강점 살려 수익원 다각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앞다퉈 팬덤 플랫폼을 키우려는 데엔 기존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9890만장으로 전년(1억2020만장)보다 18% 줄었다. 단일 앨범으로 300만장 판매고를 넘긴 아티스트도 같은 기간 11팀에서 7팀으로 줄었다. 공연 시장은 엔데믹으로 확장 국면을 맞았지만 아티스트 활동 빈도에 따라 시기별 편차가 크다. 하이브의 공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440억원에서 3분기 74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아리아나 그란데_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위버스컴퍼니 제공
막대한 잠재 고객이 존재한다는 점도 엔터 기업들이 플랫폼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다.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 규모는 2023년 기준 2억249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1억7883만명 대비 26% 늘었다. 공연 실황 송출이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굿즈 판매 등 부가 사업을 붙일 수 있다는 점도 팬덤 플랫폼의 매력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6월 개최한 콘서트인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디지털 포토카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사진 촬영 기능 등을 선보였다. K팝처럼 대규모로 꾸준히 팬덤과 소통하는 해외 연예기획사가 눈에 띄지 않아 국내 엔터 기업들의 팬덤 플랫폼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연예기획사들도 K팝의 시장 개척에 큰 자극을 받아왔던 만큼 한국 팬덤 플랫폼들과 협업해 팬층을 늘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