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실적 부진에 FSD·로보택시 등 '미래' 앞세워…시간외 4% 급등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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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상반기 중 완전자율주행(FSD)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보택시(무인 택시) 관련 규제 당국의 승인과 본격적인 양산 시점도 구체화했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를 앞세운 테슬라의 야심 찬 계획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6월에 완전자율주행 차량 출시"

테슬라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로보택시 '사이버캡' 모습./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로보택시 '사이버캡' 모습./ 테슬라 제공
2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6월 감독이 필요없는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연내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미국 내 많은 지역에 출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하며 올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FSD와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한 계획을 6월 중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그동안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FSD’ 옵션은 이름과 달리 운전자의 주행·제동·차선 변경을 도와주는 주행 보조 기능에 그쳤다. 이름뿐이던 FSD를 상반기 안에 이름에 걸맞은 완전자율주행 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지난해 시제품을 공개한 사이버캡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연말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택시 서비스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는 각 주와 연방 정부의 승인도 내년 중 완료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머스크 CEO는 “(FSD는) 먼 미래에 펼쳐질 환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말 그대로 5달 후”라고 강조했다.

기존 모델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상반기 중으로 출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앞서 테슬라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모델 2’ 생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해당 생산 라인을 활용해 저가 모델 생산에는 계속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테슬라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저가형 모델의 정식 출시 예정일이나 예측 판매량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엔 답을 피했다. 머스크 CEO는 “우리는 현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고 2026년은 엄청나게 대단할(epic) 것이고 2027~2028년은 말도 안 되게(ridiculously) 좋을 것”이라고 낙관했다.연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1000대가량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머스크 CEO는 “시간이 지나면서 훈련 비용이 극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테슬라만큼 현실 세계 인공지능(AI)을 잘하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테슬라 뒤를 잇는) AI 분야 2등이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적 부진에도 시간외 주가 4%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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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테슬라의 이 같은 계획에 열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6% 떨어진 389.10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4.15% 급등했다. 개럿 넬슨 CFRA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올해 자동차 판매 전망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며 “머스크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테슬라에 유리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외 거래에서의 주가 급등은 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실적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테슬라는 이날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25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272억1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0.73달러로 시장 전망치(0.75달러)에 못 미쳤다. 영업이익 역시 15억8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26억8000만달러를 크게 하회했다. 여기에 지난 분기 차량 판매량은 178만9226대로 테슬라 창사 이래 판매 성장세가 꺾였을 뿐 아니라 월가 예상치(180만대)도 밑돌았다.

다만 테슬라는 차량 매출원가가 급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테슬라에 따르면 지난 분기 차량당 매출원가는 3만5000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매출이 8% 줄어든 자동차 부문 매출과 달리 에너지 발전·저장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났다. 테슬라는 올해 에너지 저장장치 판매 및 설치가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 50%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