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례변경, "사법부의 시장 개입" 우려 나오는 이유는?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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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1년 만에 기존 해석 뒤집어
소급 적용 제한에도 인건비 상승 우려
법적 안정성·시장 예측 가능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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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99.34094415.1.jpg)
11년 만에 바뀐 통상임금 개념과 그 파장
통상임금 제도는 법이 정한 노동시간과 초과근무 등의 대가가 정확히 지급되도록 하는 장치다. 근로 시간 증가와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만큼,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노사 양측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2013년 대법원판결 이후, 노사는 이를 바탕으로 합의하고 실무적인 임금체계를 정비해 왔다. 그런데 이번 판례 변경은 노동시장에서 노사가 실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구축한 임금 수준과 체계를 한순간에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은 법률 해석과 정의 실현에 있고, 사법부는 부당한 노동 관행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법 해석을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 적용이 실무에서 정착돼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판례를 변경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근거 법령이 바뀐 것도 아니고, 판례 변경이 필요할 만큼 노동환경이 급격히 변하거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노사가 대법원의 통상임금 법리에 맞춰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합의해 왔는데, 이를 뒤집는 것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저해한다.
이 문제는 비단 통상임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도 같은 논란이 있다.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 등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는 기업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포함 여부에 따라 노사 간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기존 대법원 판례는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판례를 신뢰하고 경영성과급 제도를 설계하고 지급해 왔다. 만약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면, 시장 여건을 고려해 노사가 협상을 통해 형성하고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임금체계는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에 예상치 못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결국 노동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임금체계를 사법부가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셈이다.
뒤바뀐 판례, 흔들리는 법적 안정성
법적 안정성은 사회 전반에서 법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 중 하나다. 법이 일정한 방향과 기준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개인과 기업을 포함한 사회 모든 주체가 미래를 내다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기업이 투자·고용 계획을 수립할 때, 법적 규범이 계속 바뀌거나 판례가 자주 변경되면 커다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며, 이는 결국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 국민의 법에 대한 신뢰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질서 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박재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고려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제42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32기) 합격 후 20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심판 담당),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고용노동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쟁송 분야에서는 부당해고, 임금(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 원청의 사용자성,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를 다투는 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자문 분야에서는 인력구조조정,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컴플라이언스(파견법 위반, 인사제도 개선 등), 근로감독 대응, M&A 과정에서의 노동문제 등에 대한 자문 경험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