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식도염약 대전…특허소송 승기 잡은 HK이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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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 특허전서 승기잡은 HK이노엔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지난 23일 HLB제약과 라이트팜텍이 제기한 칼슘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물질 특허 2심에서 승소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8년과 2022년 각각 등재된 케이캡 50mg과 25mg 제품의 물질특허는 2031년 8월 25일, 결정형 특허는 2036년 3월 12일 만료된다.당초 케이캡 물질특허는 2026년 12월 6일 만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HK이노엔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개발에 든 시간 등을 추가로 소명해 특허 만료 시기를 1723일 늦췄다.
후속 복제약(제네릭) 개발에 뛰어든 제약사들은 이런 결정에도 케이캡이 보유한 5개 적응증 모두 특허가 연장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특허 심판을 청구했다.케이캡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과 함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에 쓸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 3개 질환군 치료를 위한 제네릭은 2026년부터 출시하게 해달라는 게 후발 주자들의 주장이다. 제네릭 개발 기업들이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편 것이다.
해당 소송전에 뛰어든 제약사만 67곳, 197건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특허심판원은 원 개발사인 HK이노엔의 손을 들어줬다. 연장된 신약 특허권을 폭넓게 해석해 모든 적응증에 유효하다고 판단했다.이번에 패소한 HLB제약과 라이트팜텍을 포함해 36개 제약사가 특허법원에 앞선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동구바이오제약, 부광약품, 동국제약 등도 제네릭 개발을 위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판결이 후속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HK이노엔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2036년 만료될 결정형 특허는 안갯속
2031년 만료가 예상되는 물질특허와 달리 2036년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 향방은 안갯속이다. 지난해 2월 특허심판원은 삼천당제약 등 59개 제약사가 제기한 케이캡 결정형 특허 확인심판에서 후발 제네릭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HK이노엔이 특허법원에 항소하면서 추가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이 최종적으로 결정형 특허를 인정받지 못해도 물질특허를 인정받으면 2031년까지 독점권을 보장받게 된다"며 "결정형 특허보단 물질특허전에 좀더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이처럼 제약사들이 앞다퉈 케이캡 제네릭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캡 처방매출은 1969억원으로 2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국내 파트너사가 바뀌었지만 성장세는 계속됐다. 2019년 3월 출시 후 매년 30~40% 가량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캡은 국산 P-CAB 계열 신약 중 가장 많은 보험용 적응증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5개 적응증 모두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했다.
국산 신약 3파전도 치열
2021년 국내 출시된 대웅제약의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과 급성 위염 및 만성 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 등 2개 질환 치료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에 쓸 때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지난해 2분기부터 펙수클루 판매 확대를 위해 종근당과 손잡은 대웅제약은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시험을 확대하고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로 인한 궤양 예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 요법 등 케이캡이 진입했거나 진입 예정인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처방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출시한 P-CAB 계열 세 번째 국산 신약 '자큐보'도 적응증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첫 적응증인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에 이어 위궤양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녹여먹는 '구강붕해정' 개발 속도도 높이고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출시했고, 대웅제약은 펙수클루 구강붕해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1월 30일 오후 4시59분 게재됐습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