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 허위 임차권 신고…대법 "경매 취하돼도 방해죄 해당"
입력
수정
대법, 2심 무죄 판결 뒤집어
“경매 공정성 해치는 행위 포함”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9일 사기미수 및 경매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이 “허위 임차권이 경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매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A씨는 2017년 1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빌라를 대상으로 B씨가 강제경매를 신청하자, 지인들과 함께 전세보증금 6000만 원짜리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B씨는 공사 대금 문제로 해당 건물에 경매를 청구한 상태였다. A씨와 공범들은 2017년 3월 이 허위 계약서를 근거로 법원에 배당요구 신청을 제출했다. 이후 B씨는 경매 절차에서 채권자들의 배당 요구액이 해당 부동산의 감정가인 7200만 원을 초과하자 2017년 4월 경매를 취소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2020년 사기미수 및 경매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사기미수 및 경매방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2심에서는 경매방해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임차권이 경매 절차에서 대항력을 가질 수 없다”며, 허위 임차권이 낙찰자의 입찰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선순위 근저당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임차권 자체가 경매 절차에서 실질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2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경매 결과에 법률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뿐만 아니라,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주는 행위도 경매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고된 임차권이 대항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경매방해죄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충분한 심리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