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도심에 양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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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7
지속가능한 예쑬 실천하는
독일 아티스트 폴케 쾨버링
실천하는 예술로 도시문제 비판
'차를 기차로' 수년째 진행 중
車 해체해 기차로 매일 부품 옯겨
에너지 문제 자립에 대한 고찰
기후 붕괴에 대한 경고도
거리에 SUV 조각 설치
도서관 옆 공원을 양목장으로
주민들과 함께 먹이주고 키워
지역 공통체 가능성 보여줘
![베를린 거리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일시적 이웃’(2019). 폴케 쾨버링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39281473.1.jpg)
![](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39281526.1.jpg)
쾨버링은 독일 카셀예술학교에서 미술을, 베를린예술대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베를린, 빈, 런던, 로스앤젤레스(LA), 밴쿠버 등에서 강의하며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대 순수미술 교수로 재직 중인 그를 인터뷰했다.
▷지속 가능성 및 생태계와의 공존이 중요한 시기에 미술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 독자를 위해 당신의 작업과 관심 분야를 소개해 달라.1999년부터 2015년까지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마르틴 칼트바서(1965~2022)와 작업했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보여줄지, 어떻게 도시 문제를 비판하고 도시의 잠재력을 드러낼지 탐구했다. 지금은 사회적·생태적 특성이 반영된 도시 공공 영역과 그 영역에 내재한 일시성을 다룬다.
▷실천하는 예술이 인상적이다. ‘차를 기차로(Car via Train)’(2018~현재)가 특히 그런 것 같은데.
프로젝트를 시작한 2018년은 브라운슈바이크공대에서 교수직을 맡은 지 2년째 되는 해여서 많이 바빴다. 독일 내 모든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카드(Bahncard 100)’로 매주 두세 차례 베를린과 브라운슈바이크를 오가며 통근했다. 동료 작가가 베를린 쿤스트라움 크로이츠베르크에서 열린 그룹전 ‘다시, 강에 오줌을 누다’에 초대했는데, 거기에 내 작업 중 하나인 자동차 작업을 의뢰받았다. 운전을 할 수 없고, 작품 운송을 위해 트럭을 빌리고 싶지 않아 차를 해체해 기차를 타고 출근길에 매일 부품을 하나씩 옮겼다. 에너지 문제와 자립 가능성에 관한 작업이었다.▷차를 작업에 활용하면서 한 번도 차를 소유한 적 없다고 들었다. LA에 살 때도 자전거로 이동했다고. 지난해 자동차산업 대표 도시인 뮌헨에서 설치한 ‘융합과 치유’는 어떤 맥락인가.
이 프로젝트는 기후 붕괴라는 주제를 다룬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상을 한 세 점의 조각 작품인데, 뮌헨에서 많은 시민이 오가는 장소 세 군데에 설치했다. 도시 이동성의 상징인 자동차를 해체해 환경과 기후 보호 인식을 높이려는 의도다. 양모, 나무, 흙, 씨앗, 점토, 빗물처럼 퇴비가 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원료로 만들었다. 물론 비를 맞고 분해되기 시작했다. 13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자재가 변성되는 과정에서 SUV는 점차 ‘치유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양모는 흙을 안정시키고, 표면엔 씨앗이 식물을 키워낸다. 1년 뒤 작품이 완전히 퇴비화하면 퍼레이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양을 퍼포먼스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일시적 이웃(Nachbarn auf Zeit)’(2019)이란 퍼포먼스는 베를린 내에 양을 풀어 예상치 못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은 작업의 중요한 축이다. 공동체의 의견이 프로젝트에 영향을 준 사례가 있나.
▷ 마지막으로 직접 만든 스튜디오가 궁금하다. 이 공간엔 어떤 의미가 있나.
베를린=변현주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