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복권의 경제학

복권은 어느 나라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을 하거나 민간에 위탁을 하더라도 엄격히 통제한다. 사업자가 돈을 버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만큼이나 쉽지만 자칫 사행심을 부추겨 근로의욕을 저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47년 12월 나온 최초 복권도 사실상 정부 기관이던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발행했다.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고자 판매가 100원짜리 복권 140만 장을 발행했다. 1등 당첨금은 100만원이었다. 단발성이 아닌 정기 복권의 시작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주택은행에 맡겨 1969년 9월 내놓기 시작한 주택복권이다. 장당 100원에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 올림픽복권을 제외하면 주택복권은 40년 이상 복권의 대명사로 불렸다.복권시장이 확 바뀐 것은 2002년 12월 건교부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로또복권을 내놓으면서다. 장당 판매가 2000원에 당첨금 상한이 사라졌다. 2003년 2월 1등 당첨금에 836억원이 쌓이고 4월엔 1등으로 407억원 수령자가 탄생하면서 그해 3조8000억원어치가 팔리는 광풍이 불었다. 일확천금 욕망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2004년 장당 판매가를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고 조직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로 일원화했다. 복권위가 집계한 지난해 복권 판매 총액은 7조3348억원으로 이 가운데 로또복권이 5조9562억원(81.2%)이었다. 로또복권은 2004년 2조원대로 줄었다가 2014년 3조원, 2019년 4조원, 2021년 5조원을 넘어 이제 6조원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복권 판매가 꾸준히 늘면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운 속설이 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복권 판매가 줄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1등 당첨금이 5억~30억원 정도여서 과거와 같은 ‘인생 역전’ 기대효과도 낮아졌다. 오히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복권 판매도 늘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올해 경제가 어렵다는데 복권 판매는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