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이어 카카오도 참전…엔터 격전장 '팬덤 플랫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K엔터

하이브 '위버스' MAU 970만명
새 유료 멤버십 서비스 출시
카카오, 상반기 '베리즈' 론칭

멤버십·굿즈로 수익 다각화
한류 팬 2억 명…확장 가능성
K팝 스타와 팬들 간의 소통을 위해 개발된 팬덤 플랫폼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새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1위 엔터 기업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월간활성사용자(MAU)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참전을 선언했다. 엔터 기업이 앨범 판매, 공연 등으로 수익을 확보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전 세계 2억여 명의 K팝 팬을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 위버스 본격 유료화 나서

30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플랫폼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2019년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지난해 3분기 970만 명의 MAU를 기록했다. 해외 접속 비중이 87%에 달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 플랫폼에서 회원 1000만 명을 넘긴 아티스트가 3개 팀이나 나왔다. BTS(약 2713만 명), 엔하이픈(약 1069만 명), 투모로우바이투게더(약 1016만 명) 등이다.

위버스는 지난달 새 유료 멤버십 ‘디지털 멤버십’을 도입했다. 월 2700~5400원에 음성 강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화질 개선 기능을 내놨다. 아티스트 영상을 오프라인으로 소장하는 기능은 덤이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1 대 1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인 ‘위버스 디엠’, 콘서트 선예매 혜택과 전용 콘텐츠 시청권을 제공하는 ‘아티스트 멤버십’도 운용하고 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이브 아티스트의 추가 입점으로 (위버스의) 구독 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디지털 멤버십과 영상 광고 수익도 (실적에) 올해 본격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팬덤 플랫폼 시장에 곧 뛰어든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팬덤 플랫폼인 ‘베리즈’를 이르면 올 상반기 내놓기로 했다. 카카오엔터는 베리즈를 방송, 굿즈 판매 등을 결합한 e커머스 겸용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계열사인 에스엠도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용하고 있다.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의 1 대 1 소통이 핵심 기능이다. 디어유는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 10월 미국 등에서 각각 버블 서비스를 시작했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와 지난해 10월 계약을 맺고 중국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 앞세워 수익 다각화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앞다퉈 팬덤 플랫폼을 키우려는 데엔 기존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 성장이 힘들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지난해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9890만 장으로 전년(1억2020만 장)보다 18% 줄었다. 단일 앨범으로 300만 장 판매량을 넘긴 아티스트도 같은 기간 11팀에서 7팀으로 줄었다. 공연 시장은 엔데믹으로 확장 국면을 맞았지만 아티스트 활동 빈도에 따라 시기별 편차가 크다. 하이브의 공연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440억원에서 3분기 74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막대한 잠재 고객이 존재한다는 점도 엔터 기업들이 플랫폼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다. 전 세계 한류 팬 규모는 2023년 기준 2억2490만 명에 달한다. 전년 1억7883만명 대비 26% 늘었다. 공연 실황 송출이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굿즈 판매 등 부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팬덤 플랫폼의 매력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6월 개최한 콘서트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서 디지털 포토카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사진 촬영 기능 등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K팝처럼 대규모로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는 해외 연예기획사가 눈에 띄지 않아 국내 엔터 기업들의 팬덤 플랫폼은 향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