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짜리 중국산 'AI 고래', 1400억 쓴 챗GPT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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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업계 '딥임팩트'…딥시크 집중해부설립된 지 2년도 안 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짧은 시간에 저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급 AI를 내놓아 미국 월가와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어서다. 딥시크에 대한 궁금증을 Q&A 형태로 풀어봤다.
● 추론·연산 정확도 최고…메타 AI개발비 '10분의 1'
● 美 수출 통제…저사양 칩으로 AI 훈련했는데 성과
● 머스크 "최신칩 H100 대량보유…진짜 뭘 썼나 의문"
● 시진핑 질문엔 "코딩 대화하자"…뉴스 검열 의혹도
● 글로벌 앱 다운 1위…美 해군·伊, 보안 이유로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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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월가 쇼크’까지 부를 정도인가.
A:월가와 실리콘밸리가 놀란 이유는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저사양 칩으로 빅테크에 맞먹는 AI를 개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딥시크-V3 개발에 쓴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로 알려졌다. 메타의 라마 3 개발비의 10분의 1 정도다. 오픈AI의 챗GPT 개발비(1억달러)와 비교하면 18분의 1 수준이다. 오픈AI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H100을 쓴 데 비해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가형 AI 칩 H800을 썼다. H100 가격은 개당 3만 달러 정도지만 H800은 이보다 절반 수준가격에서 거래된다. AI 개발에 활용한 칩 수도 오픈AI는 1만6000개가량인 반면 딥시크는 2048개에 불과하다.Q:딥시크는 왜 저사양 칩을 썼나.
A: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2년 전부터 엔비디아가 중국에 첨단 칩을 파는 걸 금지했다. 그 결과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업체들은 미국 빅테크 대비 적은 수의 칩과 저성능 칩으로 AI를 훈련시켰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마리나 장 시드니공대 부교수는 “미국 수출 통제가 딥시크 등 중국 AI업체의 혁신을 부추겼고, 더 적은 수의 칩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Q:딥시크 기술력, 정말 높은가.A:논란이 많다. 우선 오픈AI의 데이터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허가 없이 자사 데이터를 획득했는지 조사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저가 칩을 이용해 AI를 개발했다는 딥시크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딥시크가 대외적으로 밝힌 것보다 실제로는 엔비디아의 고가 칩인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미국 신뢰도 평가기관인 뉴스가드가 지난달 시행한 AI 챗봇 평가에서 딥시크는 뉴스 관련 질문의 답변 정확도에서 조사 대상 11개 AI 모델 중 10위에 그치기도 했다. 딥시크가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낼 확률은 83%로 서구권 AI 챗봇(62%)보다 높았다.
Q:검열 문제는 없는가.
A:그런 의혹이 있다. 기자가 딥시크를 활용해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진압, 인권 변호사 탄압, 대만 이슈 등에 대해 묻자 사고 과정을 보여주다가 황급히 삭제하는 일이 잦았다. 답변 삭제 후 다시 정제된 최종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관해 물으면 “코딩이나 다른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죠”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영어로 질문했을 때와 중국어로 질문했을 때 답변이 달라지기도 했다. 미국의 딥시크 제재 가능성에 대해 영어로 답할 때는 60%, 중국어로 답할 때는 75%였다.Q:AI 붐에 악재인가.
A: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딥시크도 엔비디아 칩으로 AI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대중(對中)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AI산업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긍정론도 있다.
Q:딥시크 인기, 이어질까.A: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 정보 탈취나 보안 위험이 제기되고 있는 게 변수다. 미국 해군은 보안상 이유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도 딥시크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개인 정보가 중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