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기억 종이 10억에 삽니다"…'부정선거론' 불 붙은 곳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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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앱에 쏟아진 조롱
또 다른 2030 중심 온라인전

중고 거래 앱에 형상기억 종이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구매나 판매 의지를 밝힌 게 아니라, 최근 '부정선거론'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선관위를 겨냥해 비꼰 것이다. 그간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한됐던 정치적 의사 표출이 중고 시장 앱까지 확장된 모양새다.
쏟아진 조롱의 '구매 글'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 거래 앱 당근에는 형상기억종이 구매 문의 글이 속출하고 있다. 당근의 '중고거래' 기능에는 본래 판매 글만 올릴 수 있다. 다만 일부 사용자들은 특정 물건의 구매를 원한다는 취지로 글을 쓰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부정선거론 의구심을 가진 사용자들이 형상기억종이의 구매를 원한다고 글을 쓴 것.
2020년 21대 총선 개표 현장에서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뭉치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MBC 아나운서 출신 오상진이 "원상 복원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말하는 반박 영상을 만들었다. 오히려 논란이 가열되자 선관위는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차치하더라도, 선관위가 보여준 일련의 대처가 논란을 더 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4.19 혁명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며 일어났다. 이들이 언급한 '구형 형상기억 종이'란 혁명 전 '빳빳한 기표 용지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근까지 옮겨간 온라인전
이는 2030세대의 '온라인전'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지지층이 결집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서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특정 커뮤니티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면 노력이 분산되지만, 당근 같은 앱은 전 국민이 애용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다"면서 "여기에 온라인 소비에서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재미를 활용해 확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당근을 운영하는 당근마켓 규정상 중고 거래와 관련 없는 정치·종교적 목적의 캠페인 및 홍보 게시글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게시글들은 형식적으로 구매나 판매의 목적을 띠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게시글 삭제는 임의로 하고 있지는 않는다"고 전했다.선관위 등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형상기억종이' 논란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론 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찬반 여론은 대체로 4 대 6 정도로 파악된다. 캐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 의뢰로 21~22일 부정선거 의혹 인식을 조사한 결과(응답률 16.6%), 공감 43%, 비공감 54%로 집계됐다. 같은 여론조사 업체가 MBC 의뢰로 24~25일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응답률 19.1%)에서도 찬성 38% 대 반대 56%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4%)에 따르면 선관위 전산시스템 검증 필요성에 대한 찬반 여론은 46.9% 대 47.7%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사에 언급된 모든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캐이스탯리서치 조사는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CATI), 여론조사공정 조사는 무선 RDD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