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첫인상부터 다르더라…딥시크 로고에 이런 비밀이

딥시크, 푸른 고래와 둥근 폰트로 어필
검은 소용돌이 대신 '친숙한 푸른 고래'
기술적 완벽함 대신 친근함 내세워
기존 AI 서비스들과 차별화 노선 택해
고래를 내세운 딥시크의 로고(앞)와 오픈AI의 로고.
고래를 내세운 딥시크의 로고(앞)와 오픈AI의 로고.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세계 빅테크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딥시크의 로고 속 '푸른 고래'도 철저한 브랜딩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가 차별화된 브랜딩을 통해 경쟁자들을 '조용히'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는 앱 시스템 전반에 푸른색 고래와 둥근 폰트를 내세우며 이용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이는 추상적 이미지만을 주로 사용하던 기존 AI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된다는 평가다. 브랜딩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푸른색 고래를 사용한 이유를 놓고 '친근한 이미지를 공략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스닥을 움직일 만큼 폭발적인 AI 스타트업이지만, 반대로 이용자들에게는 친숙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매력 어필'에 나섰다는 것이다.공식을 벗어나는 브랜딩을 통해 경쟁사와 섞이기보다는 차별화 노선을 택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랜드 로고와 이미지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현재 AI 산업을 지배하는 브랜딩 공식은 로고에 추상적 디자인과 검은 색감을 사용하는 것으로 통한다. 자사 서비스에 고도화된 기술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파랑새' 로고를 검은 'X'로 바꾼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픈AI가 검은 소용돌이 로고를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왼쪽 위부터 오픈AI, 딥마인드, Synthesia, 딥모션, 라이카, 원이로컴, 맨텀, 레지.ai, 아이웨어, 스태빌리티 AI, 하이퍼라이트, 코르텍시카, 오프로.ai의 로고. 모두 비슷하다.
왼쪽 위부터 오픈AI, 딥마인드, Synthesia, 딥모션, 라이카, 원이로컴, 맨텀, 레지.ai, 아이웨어, 스태빌리티 AI, 하이퍼라이트, 코르텍시카, 오프로.ai의 로고. 모두 비슷하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특별한 로고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기존에 사용됐던 기업의 로고와 비슷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업계를 뒤흔드는 'AI 클럽'의 일원 중 하나임을 로고를 통해 드러내기 위해서다. 선두주자인 오픈AI와 구글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의 로고가 모두 닮아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반면 딥시크는 자사 기술의 엄격함과 치밀함을 알리는 대신 친근함을 내세우는 노선을 택했다. 둥글고 깨진 글꼴과 고래, 푸른색을 사용해 브랜드가 기존의 AI 시스템보다 접근하기 쉽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다른 브랜딩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친숙한 동물 로고를 쓰면서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도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신뢰가 쌓이기 어려운 신생 스타트업에다 중국에서 탄생한 AI 기업이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려는 의식적 노력이 로고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기존 트위터 로고(왼쪽)과 현재 X 로고.
이처럼 기업들이 동물 로고를 사용해 자사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고 서비스의 유용성을 어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구 트위터(X)의 상징이었던 '파랑새' 로고는 이용자 사이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다. 모질라가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로고에 여우를 쓴 이유도 민첩한 여우처럼 빠른 브라우저라는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트위터 '파랑새'를 만든 디자이너 마틴 그래서도 딥시크의 푸른 고래 로고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딥시크는 지난 수년 동안 부족했던 기술 산업 브랜딩에 개성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며 "현재 기술 기업들은 디자인이 곧 정체성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딩을 큰 차별화 요소로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현재 로고로 푸른 고래를 택한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딥시크 AI 채팅에 로고에 대해 묻게 되면 "심해를 항해하는 고래는 곧 깊이 있는 지능의 탐구를 의미한다"며 "이는 회사가 AI를 통한 딥 러닝에 집중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