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통장은 부자가 되는 길을 막고 있다"

'저축'은 구시대적 재테크 수단
부채 활용한 투자법 터득해야
부정적 '가난의 언어'도 변화 필요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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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저축하고, 빚에서 벗어나고,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부자가 될 자격'이 없다. 적어도 재테크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관점에서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 사업가인 기요사키는 신간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에서 "무작정 돈을 저축하거나, 주식시장에 장기 투자하거나, 정부 연금에 의존하는 일은 재정적인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현금의 가치는 날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저축 대신 부채를 활용해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라는 게 기요사키의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부동산 전문 투자자로 거듭난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내며, 돈에서 자유로운 진정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설명한다. 하와이에서 해병대 조종사로 일하던 기요사키는 1973년 한 부동산 세미나를 듣고 투자에 눈을 떴다. 석 달간 100개의 부동산을 임장(현장 방문)하며 매매 가능한 부동산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하와이에 있는 침실 1개, 욕실 1개짜리 콘도를 구입했다. 콘도 가격의 10%인 계약금을 신용카드로, 다시 말해 현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계약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시세 차익이 발생했을 때도 그는 부동산을 팔지 않았다. 대신 추가 대출로 더 많은 부동산에 투자했고, 세를 놓아 임대 소득을 늘렸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현재까지 5000개 이상의 임대 부동산, 호텔 3개, 골프장 5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부자들은 돈을 끊임없이 굴리며 자산을 증식해나간다. "저축하는 사람은 패배자"라는 게 저자의 확고한 생각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금융 문해력'이 없는 대다수 봉급생활자는 이를 간과하고 저축에 몰두한다. '가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할 수 없다"거나 "그럴 여유가 없다"고 불평하는 게 다반사다. 저자는 "이런 말들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 외의 것들도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이들의 태도를 꼬집는다.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금융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 문해력의 핵심은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채와 세금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인 '폭락의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선 경제 관련 역사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도 길러야 한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부자의 덕목 중 하나다. 이 책은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가 명료한 대신 앞선 저서와 겹치는 내용이 많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가정이 흔들리지 않아야 그의 조언이 유효하다는 한계도 있다. 재무 상황을 따지지 않고 무리하게 빚을 늘렸다가는 시한폭탄을 떠안는 셈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길은 이 책의 메시지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화해 실전에서 적용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