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보인다" 13초 뒤 "으악"…베테랑 헬기조종사 미스터리

트럼프 "헬기가 착륙중인 비행기 가로막아"
국방부 장관 "헬기측 실수 있었다"
여객기 64명과 헬기 군인 3명 전원 사망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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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여객기·헬기 충돌사고가 발생 이틀째에 접어들었지만 사건 경위와 관련한 의문점투성이다.

16년 만에 발생한 미국 최악의 민간 항공기 참사를 두고 미국 육군 소속 군용 헬기 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가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여객기와 같은 고도에서 비행하게 된 원인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관제사는 사고 30초 전부터 헬기 조종사에게 착륙 중인 여객기를 확인했는지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CNN 방송은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항공교통관제통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라이브ATC'에서 전날 사고 당시의 교신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사는 블랙호크 헬기 조종사에 "PAT 2-5(헬기)는 CRJ(여객기)가 눈에 보이나?"고 물었다. 그리고서는 "PAT 2-5는 CRJ 뒤로 지나가라"고 말한다.이후 헬기 조종사는 "PAT 2-5는 여객기가 보인다. 시각적 분리 요청"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13초가 채 지나지 않아 관제탑에서는 "으악(oooh)"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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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은 관제사가 헬기 조종사에 여객기가 보이는지 물은 시점이 추락 30초 전이었다고 보도했다.충돌 후 관제사는 공항에 진입하려던 다른 항공기의 조종사에게 "충돌이 있었다. 앞으로 무기한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고 블랙호크에는 야시경이 장착돼있었다. 블랙호크 지휘관 또한 같은 경로로 훈련 비행을 해온 상당히 숙련된 조종사로 알려졌다.

미 육군 항공국에 따르면 사고 블랙호크의 지휘관으로 지정된 조종사는 1000시간, 다른 조종사는 50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다. 세 번째 군인은 헬기 뒤편에 탑승하는 정비기장(crew chief)이었다. 블랙호크에는 남성 대원 2명, 여성 대원 1명이 탑승했다.육군 항공국 관계자는 포토맥강을 가로지르는 헬기 항로인 ‘루트 4’를 정기적으로 이들 조종사가 정기적으로 비행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 루트를 오가는 헬기는 관제소와도 일상적으로 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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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 NBC가 항공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충돌 시점의 여객기 고도는 94m(308ft)였다. 블랙호크가 통상적인 최고 고도보다 더 높이 비행했음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브리핑에서 블랙호크와 여객기가 왜 같은 고도에서 비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면서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에게 "비행기가 하강해 착륙하는 중이었는데, 헬기가 그 앞을 막았다"라고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헬기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브리핑에서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즉시 국방부와 육군 단위에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이 상당히 혼잡한 공항으로 꼽힌다. 이 공항은 착륙하려면 강을 따라 접근해야 하는 데다 주변에 정부·군사 시설이 밀집한 탓에 비행 통제구역이 많아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항공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사고로 여객기 승객 및 승무원 64명과 헬기에 탄 군인 3명 등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구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DC의 존 도널리 소방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구조 작전에서 (시신 등의)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앞서 29일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했다. 이후 두 항공기는 근처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사진=REUTERS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