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들어가면 끝물"…일본서도 '한숨' 쉬는 이유 [김일규의 재팬워치]

소프트뱅크, 오픈AI에 최대 250억달러 추가 투자
"오픈AI 흑자화 길 보이지 않아"
"기업가치 부풀려져…비용 대비 효과 미지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에 최대 250억달러(약 3조8500억엔)를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SBG는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연계해 AI 경쟁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오픈AI가 지원 기업에서 거액을 빨아들이면서도 흑자화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이미 부풀려졌다”며 “투자 비용 대비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SBG와 오픈AI는 미국 AI용 데이터센터 등에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참석하면서 미국의 ‘국가 프로젝트’가 됐다. SBG가 일본 기업으론 이례적으로 얽힌 배경에는 손정의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있다.올트먼 CEO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손 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작년 말에도 만나 일련의 구상을 다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0일엔 오픈AI가 SBG 주도로 최대 4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SBG는 최대 60%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손 회장과 올트먼 CEO에게는 각각 속셈이 있다. ‘AI 혁명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를 계속 내세우는 손 회장의 야심은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까지 연계해 ‘AI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다.

AI는 앱 등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 등 하드웨어까지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소비자 서비스 기반인 모델 개발이라는 ‘하류’에 있는 오픈 AI에 투자하면, ARM의 반도체 설계라는 ‘상류’를 쥐고 있는 SBG는 사업을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올트먼 CEO는 어쨌든 자금이 필요하다. 각국을 다니며 중동 등에도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창업 당시 내건 ‘수익을 좇지 않는다’는 노선을 수정하고, 회사를 비영리단체(NPO) 주체의 지배구조에서 영리 기업 주체로 변경했다.
오픈AI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SBG의 거액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우려되는 것은 우선 오픈AI의 기업가치가 이미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최근 평가된 이 회사 가치는 3400억달러. 작년 10월 157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몇 달 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기업가치 향상은 오픈AI에 나쁜 소식은 아니지만, SBG 입장에서 투자의 묘미가 사라진다. 미국 시장에는 AI 버블에 대한 경계도 계속되고 있다.

두 번째 우려는 ‘추가 지원’ 요청이다. 오픈AI는 앞으로도 거액이 필요할 때 SBG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피치북에 따르면 오픈AI는 2019년부터 차입금을 포함해 총 239억달러를 외부에서 조달했다. 오픈AI에 140억달러를 지원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폭적 지원 태세를 거뒀다. 지원 대가로 자사 클라우드를 독점 제공했지만, 더 이상 한 회사에서 막대한 지원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전 세계 챗GPT 개인 유료 회원은 1100만명, 기업 회원도 100만곳을 넘어섰지만 오픈AI 수익성은 여전히 낮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7억달러, 손익은 50억달러 적자다. 모델 개발비 외 인건비도 늘고 있다. 대화형 생성 AI는 경쟁사에 크게 앞서고 있지만, 선점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 중국에서 저비용 AI, 딥시크가 등장해 순식간에 앱 다운로드 랭킹에서 챗GPT를 앞질렀다.
손 회장의 투자 중 최대 히트작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 꼽힌다. 알리바바 태동기에 투자를 결정한 안목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SBG는 투자 기업의 성장 단계가 초기 ‘얼리 스테이지’가 아닌 ‘레이터’나 ‘그로스’로 불리는 이후 단계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벤처캐피털(VC)보다 늦게 투자하고, 신규 기업공개(IPO) 등 출구를 가늠한 뒤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늘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에 손 회장은 오픈AI에 투자해 AI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한 도박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손 회장이 들어오면 물러설 때”라는 말이 나온다. SBG의 투자 타이밍이 ‘한 박자 늦는다’는 평가다. 이런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