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매출 반등…명품소비 다시 증가하나

작년 4분기 매출 1% 증가
3분기 -3% 대비 ‘턴어라운드’
세포라 등 유통사업이 이끌고
티파니·불가리 등 주얼리가 밀고
中 부진 여전하나 美·日 소비 늘어
LVMH의 주력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LVMH의 주력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프랑스 LVMH의 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명품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가 아직까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에서 명품 소비가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전반적인 명품 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겠지만 초고가 보석과 시계, 화장품 등에 대한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 "불확실한 환경에서 강한 회복력"

3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LVMH의 작년 4분 매출은 239억 유로로 전년동기 대비 1% 증가했다. 매우 소폭이긴 하지만 성장을 했다는데 의미를 두는 건 전분기인 3분기 매출이 3%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LVMH가 매출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당초 추정했으나 예상보다 선전했다. 매출 성장을 주도한 것은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가 속한 유통사업군이었다.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나 뛰었다. 같은 사업군 내 면세(DFS) 유통은 좋지 않았지만 세포라가 지난해 매출, 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고 LVMH 측은 설명했다. 시계·주얼리 부문도 티파니와 불가리의 선전 속에 4분기 매출 증가율이 3%에 달했다. 또 크리스찬 디올과 지방시 등이 이끄는 향수·화장품 사업부 매출도 2% 가량 늘었다.

지역별로는 4분기에 미국에서 3%, 유럽에서 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에서 지난해 매우 큰 폭으로 매출 성장이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엔저 영향으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이 일본으로 몰려와 명품 쇼핑에 나선 영향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지난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LVMH가 강력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명품기업 주가 올 들어 10~30% 상승

LVMH에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한 리치몬트그룹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내놨다. 3분기(10~12월) 매출이 약 61억 유로로 전년동기 대비 10%나 증가했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피아제 등 주로 시계·주얼리 분야에 강점을 가진 명품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4분기에 중국 등 중화권 매출이 18%나 감소했음에도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거둬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적악화로 인해 지난해 ‘비상경영’에 들어간 버버리도 지난 3분기(10~12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매출 증감률 -1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었다. 버버리는 작년 2분까지 매출이 22%나 감소하는 등 최근 회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가 버버리 인수에 나섰다는 현지보도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매출 감소세가 3분기에 크게 완화되면서 올해는 매출 반등도 가능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명품 기업의 실적 개선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LVMH 주식은 올 들어 지난 30일까지 12.6%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 한때 600유로 밑으로 떨어졌던 이 회사 주가는 715유로선을 회복했다. 리치몬트와 버버리 또한 같은 기간 각각 약 31%와 19%의 상승를을 기록한 바 있다.


낮아진 수익성과 중국 부진은 불확실성

하지만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매출은 개선된다 해도 수익성 면에선 여전히 좋지 않다. LVMH의 경우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나 감소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제품가격 인상을 거의 하지 않아 인건비 등 비용 증가분을 마진에 반영하지 못 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LVMH 브랜드의 주된 소비자가 에르메스 처럼 최상류층이 아닌, 중산층이 많아 앞으로도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격 인상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최상류층이 많이 소비하는 시계·주얼리 부문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부진도 여전하다. LVMH 매출에서 중국 등 아시아(일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이 28%로 가장 큰데, 지난해 아시아 매출이 12.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베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명품 관련 매출은 18~20%나 감소했다.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