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하워드 막스 "지금 주식 투자하면 예전보다 수익률 떨어질 것"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서 기자간담회
미국 경제의 큰 리스크는 "재정 적자"
"6개월 내 미국과 중국, 협상테이블 앉는다에 베팅"
"한국시장 투자에 이견 없어"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회장이 1월 24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미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Reena Rose Sibayan for Amy Mayes Photography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회장이 1월 24일(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미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Reena Rose Sibayan for Amy Mayes Photography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재정적자입니다.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신용카드 청구서와 같죠.”

월가에서 ‘가치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6번 애비뉴 34번가 인근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 막스 회장은 “미국은 마치 한도도 없고 청구서도 없는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관련해 “특정 행동으로 상대를 위협하고 양보를 얻어낸 뒤 승리를 선언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강세장을 이어가는 뉴욕증시와 관련해선 역사적으로 봤을 때 지금과 같은 패턴은 수익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한국에 대해선 가치투자자로서 한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의 정치 상황을 평가해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하는 것들은 협상 포인트일 수도 , 혹은 허풍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특정 행동으로 상대를 위협하고 양보를 얻어낸 뒤 승리를 선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일 수 있나.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시진핑 중국 가 주석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일 것입니다. (시 주석이) 중국이 미국과의 이념적 갈등을 배제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기여하리라 봅니다.”▶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은 바이든 정부 때보다 중국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든 트럼프 대통령을 도발하면 그가 가만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상황들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까.
“저는 보통 이런 얘기에 내기를 걸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걸어야 한다면 향후 6개월 내 미·중 관계에 진전이 생겼다는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트럼프는 신나서 승리 선언을 할 것이고 양국 간의 긴장은 완화될 것입니다.”

▶뉴욕증시가 현재 거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주식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한 적은 역사적으로 네 번 있었고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합니다. 보통 그 이후 2연간 시장은 하락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주가수익비율인 22배에서 주식을 매수했을 경우 (과거를 돌아봤을 때) 향후 10연간 연간 수익률은 -2%에서 2% 사이입니다”▶투자금을 빼야 한다는 뜻인가.
“이 가격에서 매수하면 수익이 매우 적을 거라는 뜻입니다. 거품은 아니지만 만약 위험 회피 성향이 있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면, 혹은 은퇴가 가까워져 원금을 보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포트폴리오의 공격성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다소 방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죠.”

▶강한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있나.
“Fed가 금리를 인상할 이유는 제한적입니다. 우선 현재 금리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낙관적인 전망치보다 이미 높은 상태입니다. Fed가 금리를 인상할 유일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에서 마지막 1%포인트를 낮추는 과정은 어려울 것입니다. 쉽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재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재정 적자입니다. 수입에 맞춰 지출을 제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금을 올리지도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치 한도도 없고 청구서도 없는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청구서가 없는 게 사실일지 의심하게 되겠죠. 문제는 청구서가 언제, 어떻게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청구서가 언젠가 온다면 미국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주식과 채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6대 4로 한다는 전통적인 전략은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
“그건 제가 55년 전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 얘기고 이젠 아무도 6대 4 전략을 따르지 않습니다.소위 대체 투자라는 범주가 생겨났으며 많은 이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죠. 오늘날 채권에 40% 가까이 투자하는 이들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주식 등 소유 자산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정보효율위원회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연간 지출의 대부분은 국방비에 사용됩니다만 국방 약화 없이 군인 월급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방비, 이자, 복지 제도가 예산의 약 75~80%를 차지합니다. 이중 그 무엇도 삭감이 어렵습니다. 가장 큰 희망은 재정 적자 증가 속도가
GDP 증가율보다 느려지는 것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제 신념은 확고합니다. 암호 화폐는 어떤 수익도 창출하지 않습니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가치를 매길 수 없죠. 암호 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으므로 투기성 투자 자산입니다. 오크트리에는 약 1200명의 직원이 자산의 가치를 산출하고 그것이 저평가된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예측한 다음 지금 매수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판단하죠. 분석적인 투자란 이런 것입니다. 분석적 방법론으로 접근할 수 없는 암호 화폐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떠한가.
“저는 한국의 제도가 반드시 해내리라는 신뢰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을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노동 윤리가 강하며 매우 효율적으로 조직화 되어 있습니다. 오크트리 캐피탈은 한국 주식에 오랫동안 투자해 왔으며 앞으로도 좋은 기회를 찾아 투자할 것입니다.”▶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위험 관리 전략을 짜야 하나.
“물론 최근 들어 한국 주식 시장은 긍정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혼란이 있기 전부터의 일이죠. 오크트리 캐피탈은 역발상 투자자이자 가치투자자라고 생각합니다. 성과가 좋은 시장과 기업을 계속 찾으면서 저가 매수가 가능할 때 기꺼이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한국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한국 투자에 관해서는 절대 이견이 없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