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캐나다·中에 4일부터 관세…3국, "즉각 보복관세·상응조치" [글로벌 관세전쟁]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활용

캐나다에는 일반관세 25%, 원유엔 10% 적용
자유무역협정(USMCA) '국가안보' 예외규정 남용 우려

멕시코에도 25%, 중국에도 10% 적용 행정명령 서명
코넬대 교수 "관세부과 지속시 GDP 캐나다 3.6%, 멕시코 2%, 미국 0.3% 감소"
200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당사국 정상들이 미국 뉴올리언즈에 모였을 때 멕시코, 캐나다, 미국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던 모습. /AP연합뉴스
200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당사국 정상들이 미국 뉴올리언즈에 모였을 때 멕시코, 캐나다, 미국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던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오는 4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서명했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이용해 이같이 결정했다. 캐나다는 즉각 보복관세 25% 적용에 나섰으며 멕시코도 보복관세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정부는 캐나다 등에 대한 관세를 당초 약속대로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실제 시행은 4일부터로 조정됐다. 다만 내용은 캐나다 상품 중 원유에 대한 관세는 25%가 아니라 10%를 적용하기로 한 점을 제외하면 거의 예고한 것과 동일했다. 이 조치는 불법 이민과 펜타닐 밀수를 막기 위한 것이며, 관련 수입은 국내 제조업을 증진하는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해당 국가들이 보복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메커니즘도 포함되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캐나다 CBC 방송에 펜타닐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캐나다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임박한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nothing)"고 말했다. 몇 가지 약속을 더 한다고 해도 당분간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美 아보카도·목재·원유 수입 줄고 자동차산업 타격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나이아가라폭포 인근 국경 레인보우 인터내셔널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나이아가라폭포 인근 국경 레인보우 인터내셔널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가는 사람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발 관세정책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관세정책의 최종 비용을 누가 치르는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 비용을 외국이 부담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외수입청(ERS)을 설립해서 관세 등 비용을 거둬 자국민을 쓰겠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을 잃게 되는 상대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미국과 긴밀하게 연동된 경제체제는 특히 영향을 크게 받는다. 웬동 장 코넬대 응용경제학 및 정책학 부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한다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부과로 각각 3.6%, 2%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예상되며 미국의 GDP 감소는 0.3%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주요 언론들은 이 비용의 상당부분을 미국의 수입업자,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CBS는 "많은 기업들이 수입품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며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아보카도 등 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아보카도 외에도 딸기, 라즈베리, 토마토, 쇠고기 등을 대량으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목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캐나다의 소프트우드 목재 수입이 줄어들면 물량 부족으로 인한 건설 현장 공급난이 우려된다.

자동차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업체들은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근거해 3국을 연결하는 공급망을 형성해 왔다. 인건비가 중요한 부품은 멕시코에서, 원자재가 중요한 부품은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식이다. 이런 모델을 한순간에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완성차 기업들은 USMCA 전면 재검토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이들의 입장을 알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들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에서 수입되는 원유에 관세를 부과해도 상관 없다며 "우리는 이미 충분히 원유를 많이 생산한다"고 말했으나 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데이비드 골드윈 골드윈글로벌스트래티지 대표는 애틀랜틱카운슬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복합정유소가 사용하는 원유의 39%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중질유로, (서부텍사스유(WTI)로 대표되는) 미국산 경질유와 다르다”면서 “캐나다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중서부 지역 에너지 소매 가격이 즉각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용 휘발유와 디젤 값이 곧바로 오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캐나다산 원유가 과도하게 비싸질 경우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철강노조는 정유산업에 종사하는 3만명 철강노조원들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관세 부과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관세에 긍정적인 이들은 그 대가로서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면 다소 비용을 치르더라도 해 볼 만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애초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목적이 강한 만큼, 자국 경제에 과도한 타격을 입힐 정도까지 관세를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원유수입국 비중 현황. /데이비드 골드윈 골드윈글로벌스트래티지 대표가 애틀랜틱카운슬에 게재한 글에서 재인용

캐나다 멕시코, "즉각 보복관세"...中 "상응조치" 발표

캐나다 정부는 1일 오후 쥐스탱 트뤼도 총리 주재로 주요 주지사들과 회의를 소집하고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논의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캐나다 CBC통신은 "추가 관세 부과와 에너지 공급 중단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수상협의회(Council of the Federation)의 의장으로서 각 주 수상들을 이끌고 있는 온타리오주 진보보수당 당수 더그 포드는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1550억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300억캐나다달러 상당의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4일부터, 나머지는 21일 후부터 발효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핵심광물, 에너지 조달, 기타 파트너십에서 여러 비관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 관세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던 멕시코도 즉각 보복관세를 결정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앞서 "우리는 미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플랜A, 플랜B, 플랜C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또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중량모략'이라 부르며, 이러한 주장도 멕시코 영토에 개입하려는 의도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지난 4개월간 2000만회분의 펜타닐을 포함해 40t이 넘는 마약을 압수하고, 관련 인물 1만여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멕시코 상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에게 수십억달러어치 손해를 미치고 수백만 가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미국이 멕시코산 신선식품과 채소, 고기, 맥주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상무부 대변인 명의로 이날 홈페이지에 담화문을 내고 "미국 백악관은 펜타닐 등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미국 수출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선포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다.

WSJ는 USMCA 협상 참여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해 "예외조항을 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사람은 "국가안보 비상 예외조항은 '유리를 깨는(절박한)' 시나리오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것이 사소한 일에도 발동된다면 전체 협정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측 입장 반영해 기사 수정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