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나도 7년간 버텼다"…MBC 기상캐스터 입사 동기 반응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함께 입사한 이문정(좌), 박은지/사진=이문정, 박은지 인스타그램 캡처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함께 입사한 이문정(좌), 박은지/사진=이문정, 박은지 인스타그램 캡처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가 후배 오요안나가 생전 겪은 것으로 알려진 직장 내 괴롭힘에 공감을 드러낸 후 그의 입사 동기인 쇼호스트 이문정의 글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문정은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뭐든 양쪽 얘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한쪽 얘기만 듣고 극단으로 모는 사회"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와 함께 "진실은 밝혀질 거야. 잘 견뎌야 해"라고 덧붙였다.다만 해당 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자 곧 삭제됐고, 이문정은 "제가 올렸던 스토리는 오요안나 씨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이라며 "MBC를 떠난 지 벌써 수년이 지나서, 오요안나 씨를 만난 적도 없지만, 저 또한 전 직장 후배의 일이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감히 유족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겠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악의적인 해석은 하지 말아달라"며 "MBC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회사 측에서 현명한 방법으로 진실을 밝혀주시길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문정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이문정 인스타그램 캡처
이문정은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근무를 시작해 2018년 퇴사했다. 이후 쇼호스트로 활동해 왔다.하지만 이문정의 해명에도, 그가 2018년 퇴사해 오요안나와 근무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 오요안나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진 기상캐스터들과 친분을 인증한 게시물이 SNS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미 한쪽은 세상에 없고, 적어도 (가해자) 한쪽의 목소리는 확실히 듣겠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와 앞서 오요안나의 죽음에 "언니도 7년이라는 그 모진 세월 참고 또 참고 버텨봐서 알지"라며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고백한 박은지와 입사 동기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박은지는 이문정과 마찬가지로 2005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단숨에 빼어난 미모와 몸매로 주목받으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2012년 퇴사 후에는 방송인으로 예능과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박은지는 이날 SNS에 오요안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는 보도를 게재하며 "MBC 기상캐스터 출신으로 너무 마음이 무겁다"며 "본 적이 없는 후배지만 지금쯤은 고통받지 않길 바란다"고 애도했다.그러면서 자신도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던 7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전하면서 "뿌리 깊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이제는 끝까지 밝혀져야"라고 덧붙였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으며, 3개월 만에 부고가 알려졌다. 고인 휴대전화에선 원고지 17장 분량의 문건이 발견됐는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MBC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오요안나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 기상캐스터로 주목받았다. 2017년 JYP 13기 공채 오디션에 합격했으며,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다음 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아 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