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중국인 아니냐' 악의적 음모론까지…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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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변호인단, 헌법재판관 3인 기피신청
헌재 재판관 SNS 활동 논란 확산
형사판사 출신지까지 근거 없는 의혹
美선 판사 협박 최대 징역 30년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이미선 재판관 등 3인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문 권한대행이 SNS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교류했고 특정 유튜버를 팔로우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이 지목한 유튜버는 '김어준 저장소'다. 변호인단은 정 재판관에 대해서는 "배우자가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렸으며, 배우자가 근무하는 단체의 이사장이 소추인 측 대리인으로 나섰음에도 심리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관에 대해서는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배우자는 이재명 대표와의 재판거래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지지자들 통한 '재판부 압박'도 도를 넘었다. 내란 사건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를 겨냥해 일부 유튜버들은 "이름부터 수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53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버는 "우리 한성진이 30기잖아요. 신진우 부장이 32기고, (지 부장판사는) 그 사이 31기니까 기수도 적절하죠"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을 맡은 판사들과 기수를 비교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더 심각한 음모론이 퍼졌다. "지귀연 판사 이름이 화교 같다", "중국인은 한국 땅에서 판사가 될 수 없다", "전남 출신이라더라"는 등 허위 사실이 확산됐다. 실제 지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 개포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실력 행사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19일 새벽 3시경 차은경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30기)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일부 지지자들이 법원 건물에 난입해 판사실이 있는 7층까지 올라가 차 부장판사의 이름을 부르며 위협했다.
미국의 경우 판사 협박 시 최대 30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친다. 과거 콜롬비아에서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협박으로 판사들이 복면을 쓰고 법정에 들어서야 했던 사례도 있어, 우리 사법부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사법부 권한 침해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한편 윤 대통령 측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도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이 국회 의결 없이 청구됐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이에 대해 3일 결정을 선고할 예정이다. 만약 현재 재판관 8인 체제에서 3명이 회피하면 탄핵심판 결정 정족수인 6인에 못 미쳐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