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푸드테크'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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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농협대 교수

2007년 스마트폰이 나왔다. 이제는 한시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사람의 지식과 감정까지 지배하려 든다.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의 모습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보면 획기적인 발명 하나가 세상을 바꿔 나갔다. 그 사례는 수없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무료급식소에 몰린 인파’라는 제목의 미국발 뉴스 하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의 말이 이렇다. “두 아이를 배불리 먹일 수 없습니다.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부끄럽지만 아이들을 위해 참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5%가 식사를 거른다고 한다. 영국도 초·중·고교 학생의 11%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빵을 못 먹는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굶주림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주 가까이 와 있다.
지금 세계 인구 중 약 8억 명이 기근(饑饉)에 시달린다. 지구 전체로 보면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더욱이 5세 미만 아동 중 약 1억4000만 명이 배를 곯는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유엔이 설정해 놓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의 두 번째 항목인 ‘기아 종식’이 무색할 지경이다.이렇다 보니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발명이 이제는 ‘푸드테크’에서 나올 법도 하다. 푸드테크란 농식품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혁신 기법을 말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농축산물을 개량한다거나 세포공학기술로 인공고기(Lab grown meat)를 만드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엔 공기를 이용해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그것으로 식용 단백질을 만든다. 육류소비도 대체육, 배양육을 거쳐 이제는 ‘공기육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그렇지만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엔 아직도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가 채 안 된다. 80% 이상의 곡물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이렇다 보니 ‘식량위기’라는 불청객이 언제 얼굴을 내밀지 모른다. 그래서 한국은 식량 확보를 위해 획기적인 발명을 서둘러야 할 중요 국가 중 하나다.
한글이 지식의 독점을 허물고 만백성을 소통하게 했듯이, 전기가 어둠을 밝히고 근대화의 신호탄이 됐듯이, 스마트폰이 세계 만인을 정보의 바다로 불러들였듯이 이제는 푸드테크가 또 한 번 세상을 바꿔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아(饑餓)의 공포를 단번에 앗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