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도 성장론 꺼낸 이재명, 진심이라면 국민의힘 영입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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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윤희숙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
李 '우클릭' 진정성 입증을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노란봉투법부터 철회해야
전력망 확충법 통과도 절실
보수의 가치는 번영과 통합
번영에 대한 굳은 믿음 주고
사회 그늘 밝히는 통합 필요
'보수=승자독식' 이미지 깨야
교육·노동 시스템 개혁 통해
계층간 '사회 이동성' 높여야
만난 사람 = 윤성민 논설위원

▷탄핵 정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이 2030세대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빅데이터를 뽑아보면 사법부 공정성 이슈에 관한 검색량이 상당히 늘었어요. 대통령은 탄핵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남아 있는 다른 쪽을 보니 너무 한심한 거죠. 이재명 한 사람을 사법 리스크를 피해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에게 공천받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든 국가 제도를 비틀고 있다는 걸 자각한 거죠. 그 분노가 터지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사태로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큰 공을 쏘아 올린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가 누구와 손잡고 가야 하는지, 곧 안보 문제에 대한 얘기인데요.
“윤 대통령이 공을 쏜 건 맞는데, 민주당이 엄청 크게 드리블해 준 면이 강해요. 1차 탄핵소추안에 북·중·러를 적대시한 외교 정책이 탄핵 사유로 들어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단히 놀랐겠지만 우리 젊은이도 마찬가지예요. 젊은이들은 학교 캠퍼스에서 중국 청년을 접하는데, 그 친구들 행태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생활 속에서 반중 정서가 많이 생겼어요. 거대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이 우리나라를 종중(從中)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경계심을 품게 된 겁니다.”▷지지율 영향으로 이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는데,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기본소득을 재검토하고 기본사회위원장에서 사퇴할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 심리를 나타내는 가장 단적인 예라고 봅니다. 빠르게 무너지는 것 같아요. 2020년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가 코로나19 신천지 사태로 수직 상승하는 시기였는데, 그 이후 저 사람이 저렇게 무너지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정치 브랜드가 기본소득밖에 없는데, 그걸 철회한다고 하면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25만원 전 국민 지원금도 접을 테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도 하는데요.“무슨 큰 양보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지역화폐(지역상품권)는 고수한다고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아요. 추경에 관해 제대로 된 생각이 있다면 국정협의체에 들어와 무릎을 맞대고 구체적으로 지출 항목을 협의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렇게 밖에서 퍼포먼스만 하는 거예요.”
▷반도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제 예외)도 수용할 태세인데, 진일보한 것 아닙니까.
“정말 기업을 위한다면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분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노란봉투법이라고 하는 파업조장법은 입법 철회해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중소기업이 상당히 힘들어해 부작용을 개선해야 합니다. 인공지능(AI) 시대 첨단산업 인프라 지원에 필수인 전력 공급에 관련된 국가전력망확충법도 절실합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는 실행에 옮겨야 기업 주도 성장론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 대표가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내걸었는데 진심이라면 국민의힘 영입 1호감입니다.”▷여의도연구원 얘기를 좀 해보죠. 연구원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보수의 서사(내러티브)를 만드는 겁니다. 우리가 선거 때마다 지는 이유도 서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수 하면 사람들은 각개 약진, 적자생존, 승자독식만 떠올립니다. 매우 냉정한 이미지죠. 반대로 저쪽은 결국 돈 뿌리자는 얘기지만, 국민이 혹하게 합니다. 일관되면서 명확하고, 수완이 있는 듯 보입니다. 국민이 저희를 따르면 좀 더 앞을 향해 뛸 수 있으면서 분배도 적절히 받을 것 같다고 느끼게 해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위원장을 맡은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의의 슬로건이 ‘그늘은 밝히고 경제엔 활력을’입니다. 첫 회의 주제는 ‘외로움, 고립, 단절’이었습니다. 취재 온 기자들이 보수 정당 아젠다 맞냐며 벙찐 표정이었어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급소가 되고 있는 게 이 부분입니다. 은둔 청년 얘기만 해도 제 주변에서 아들이 문 잠그고 안 나와 방문을 때려 부수고 싶다는 분들 어렵잖게 봅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같은 분은 한국의 우울증, 자살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 존망의 문제가 될 거라고 합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그래도 너무 민주당 의제 같지 않나요.
“두 번째 회의에선 경기 평택 변전소에서 AI 시대 국가전력망 확충에 관한 메시지를 낼 생각입니다. 보수의 가치는 번영과 통합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번영의 담론은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구조개혁은 통합 즉 신뢰의 바탕에서 가능합니다. 사회를 향한 국민의 믿음을 나타내는 척도가 사회이동성입니다. 내 출발점에 비해 종착점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게 바로 재도약 원동력입니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사회이동성 개선 5개년 계획 같은 것도 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각계각층 의견을 들어 밸류업지수처럼 사회이동성지수를 마련해 이를 기준으로 사회이동성 개선을 놓고 국민과 소통해 가는 것이죠.”
▷참신한 아이디어입니다. 사회이동성지수에는 어떤 것이 담길 수 있을까요.
“사회이동은 교육과 노동의 문제입니다. 계층 이동에서 공교육의 기여 정도와 노동시장 이중 구조, 지방 소멸, 육아 인프라 등의 항목을 지표화하는 거죠. 사회이동에 대한 믿음이 재도약 희망을 낳고,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질 겁니다. 보수가 제시해야 할 길입니다.”
▷트럼프 시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국 산업 경쟁력 향상과 중국 견제 강화에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란 점 외에는 솔직히 예측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트럼프의 관세·통상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집단 간 이해가 엇갈릴 겁니다. 신뢰받는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트럼프 시대 경제와 안보 모두 국가 기초체력의 문제로 환원될 겁니다.”
"韓 사회 묵은 과제 털어낼 마지막 기회"
尹 원장 <콜드케이스> 펴내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의 신간 <콜드케이스>(천년의상상)가 3일 나온다. 주 52시간제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한 <정책의 배신> 후 5년 만의 책이다. ‘콜드케이스’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장기 미제 사건을 이르는 말로, 한국 사회의 묵은 과제를 털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윤 원장은 “미·중 대립은 치열해졌고, 한국의 생산성 위기가 확연해진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국가적 쇠락이 눈앞에 보이는 시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해묵은 과제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책은 한국 사회의 콜드케이스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았다. △혁신을 찍어 누르는 공무원 집단과 국회의 운영체제 △갈등에 갇힌 노동시장 개혁 △의정 갈등에 가로막힌 의료 개혁 △폭탄 돌리기로 외면해 온 국민연금 개혁 △교육개혁 등이다. 윤 원장은 의정 활동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각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얼마 전 한 신용평가사에서 ‘한국의 발전된 경제를 다룰 능력이 한국 입법부에는 없다’고 평가했는데, 100% 공감했다”며 “고도화된 경제를 책임지려면 고도화된 사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한데, 국회에는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앞서서 혁신 지향적 경제 구조를 만들고 사회적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약력△1970년 서울 동대문구 출신
△1988년 서울 영동여고 졸업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2020년 21대 국회의원
△2025년 여의도연구원장
정리=정소람/이슬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