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풀어 줄 AI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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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1
◎ 양변기 부착 당뇨 체크
◎ 수영장 청소 로봇
◎ 호흡기 질환 상시 진단
◎ 사진촬영·편집 지원
2025 CES 휩쓴 AI 혁명의 물결
질병 예방·진단 기술 대거 공개
헬스케어 산업 패러다임 변화 예고
청소 로봇 등 육체노동 대행
사진 촬영·편집…지적 노동도 가능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카본트리
스마트팜 연계…기후변화 대응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 예고
대표적인 분야가 헬스케어다.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진단·예방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과거와 달라진 건 하나같이 AI를 장착해 예방 및 진단·관리가 훨씬 간편해지고 똑똑해졌다는 점이다.중국 스타트업 산무는 당뇨를 매일 추적 관찰할 수 있는 AI 로봇 ‘S1’을 CES 2025에서 공개했다. 양변기에 부착한 S1에 소변이 닿으면 10분 안에 신장 질환과 관련한 10개 지표가 스마트폰에 뜬다. AI를 기반으로 개발한 디지털 마이크로 유체 기술이 소변 성분을 순식간에 분석해낸다. 미국 덱스콤은 연속혈당측정기(CGM)에 AI를 결합해 단순한 혈당 측정을 넘어 그때그때 생활 습관을 관리해주는 솔루션을 공개했다. ‘혈당이 갑자기 높아졌으니 음식 섭취를 중단하고 산책하라’는 식이다.
AI를 활용해 정신 질환을 예방하는 솔루션도 나왔다. LG전자가 육성해 분사한 릴리프AI는 플랫폼에 일기 같은 글을 쓰면 AI 알고리즘이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해 조언하거나 전문 테라피스트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내놨다.
혀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소금 없이도 짠맛을 느끼게 해주는 ‘전자스푼’과 소변이 닿으면 당뇨 등 각종 질환을 체크해주는 ‘양변기 로봇’ 등이 상용화하면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예방과 진단으로 바뀐다. AI가 내놓는 원격진료 시스템은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줄 뿐 아니라 신약 개발 비용도 10분의 1로 줄여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AI가 평균수명 120세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로봇이 육체·정신 노동 담당
월마트는 CES 2025에서 드론 배송 시스템을 공개했다. 사람 손 외에는 대안이 없다던 ‘라스트 마일’(소비자 문 앞까지 배송하는 것)을 드론으로 해결했다. 매장 반경 10마일(약 16㎞) 안쪽에서 주문하면 10~30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비밀은 AI를 장착한 드론에 있다. 구글의 드론 계열사 윙이 운영하는 월마트 드론 배송 시스템은 그동안 축적한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알아서 지름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해 최적의 장소에 물건을 내려놓는다.
AI 로봇의 ‘업무 영역’은 육체 노동을 넘어 고도의 지적 노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 촬영이 그렇다.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C랩 출신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이 개발한 ‘젠시PB’는 본체에 달린 바퀴와 로봇팔로 어디든 움직이며 촬영한다. AI가 얼굴을 인식해 최적의 촬영 구도를 찾아낸다. 촬영 속도는 전문 사진사보다 60% 빠르다. 사진 수백 장 중 가장 잘 나온 것만 고르고 편집하는 작업도 AI가 대신한다. 회사 관계자는 “젠시PB는 상업용 사진 촬영의 90% 이상을 대체할 수 있다”며 “기업 행사나 제품 촬영에 활용하면 관련 인건비를 75%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기후변화 해결
똑똑해진 AI를 활용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을 줄일 다양한 기술이 나왔다. 지금까지 나온 친환경 기술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면, AI를 장착한 신(新)친환경 기술은 스스로 오염원을 포착해 정화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AI는 지구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쓰레기 양을 줄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22억4000만t이던 세계 폐기물 규모는 2050년 38억8000만t으로 73% 늘어난다. AI를 잘 활용하면 이런 전망치를 확 바꿀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에버레스트랩스가 내놓은 ‘리사이클OS’도 그런 시스템 중 하나다. AI가 장착된 이 시스템은 재활용품을 모양, 크기, 무게, 재료, 포장 유형별로 분류해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올려준다. 정확도는 95%가 넘는다. 포어테크놀로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95% 이상 건조·분쇄하는 제품을 이번 CES에서 선보였다. 이 기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으면 AI가 형태와 무게 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형태로 건조·분쇄한다. 최종 부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해도 환경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친구·연인처럼 감정 나누는 'AI 로봇' 인기…외로움·우울증 해결 구원투수되나
미국 스타트업 톰봇은 치매 환자를 AI로 간병하는 돌봄로봇 ‘제니’를 공개했다. 골든레트리버를 꼭 닮은 이 로봇이 애완견과 다른 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키는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 아니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도 갖다준다. 주인이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에게 알람을 보낸다.
중국 엘리펀트로보틱스가 공개한 ‘AI 바이오닉 로보텍’은 주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반려로봇이다. 주인이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와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든다.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판다 등 여러 동물 중 선택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AI 챗봇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AI 챗봇 ‘퓨처유’를 활용하면 미래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사용자가 과거의 경험과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으로의 목표 등을 입력하면 이를 토대로 예상한 사용자의 미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미국 스타트업 메니페스트는 진로나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에 맞는 해결책을 주는 앱을 선보였다. ‘AI 상담사’인 셈이다. AI로 학습한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고민을 듣고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 치료나 휴식을 제안하는 식으로 해법도 내놓는다.
미국 기업 피크마인드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AI 솔루션을 내놨다. 직원들의 고민과 힘들어하는 포인트를 분석한 뒤 그에 맞는 해결책을 인사 담당자에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AI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미리 파악해 예방책을 내놓거나 치료를 돕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국내 스타트업 마인즈AI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을 사람 침에서 추출해 우울증 여부를 판별하는 AI 솔루션을 공개했다.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자살 가능성을 낮추고 우울증을 치유하는 치유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클릭테라퓨틱스가 협업해 내놓은 리조인은 AI를 통해 정신 상태를 분석한다. 리조인 앱을 통해 얼굴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 가능성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도 제안한다. 이 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 3R이노베이션은 사용자의 행동 방식과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정신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솔루션 ‘닥터심슨’을 내놨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도 AI로 예방·치료할 길이 열렸다. 미국 앤스로픽은 AI로 ADHD를 치료하는 솔루션 ‘클로드’를 공개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ADHD 환자를 위해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정해주기도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면 알람이 울리는 기능 등이 적용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