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요 정점 찍은 中…중국발 원자재 슈퍼사이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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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5
경기 부진에 철강업체 절반 적자
철광석 가격 내년까지 하락 예상
구리·리튬·코발트·니켈 …
희소자원 수요로 전장 옮겨갈 듯
◇철강 수요 큰 폭 둔화
3일 CRU 그룹 집계 결과 중국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575.4㎏으로 선진국(미국, 독일, 영국) 평균(283.4㎏)의 두 배가 넘었다. 2000년에 비해 약 여섯 배 증가한 규모다. 2009년, 2013년, 2016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결과였다. 중국 정부는 중공업과 건설업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철강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특히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철강 수요는 정점에서 내려왔다. 맥쿼리는 강철 원료인 철광석 소비가 2023년에 정점을 찍고,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만 하더라도 강철의 79%가 인프라 및 건설에 사용됐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51%까지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중국 철강업체의 절반가량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철강 업체는 생산 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철광석 가격은 하락세를 보인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당시 톤당 200달러에 육박했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140달러대까지 떨어졌는데 내년에는 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맥쿼리는 예측했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버럼의 톰 프라이스 원자재 전략가는 “중국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확실히 끝났다”고 말했다.
◇희소 원자재 갈등 확대
원자재 시장에서는 청정에너지가 새로운 슈퍼 사이클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력망 구축이나 데이터 센터 확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구리,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지금보다 50% 늘어나고, 리튬 수요는 7배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금광업체 뉴몬트의 피터 토스 최고 전략 책임자는 “우리는 두 개의 슈퍼사이클 사이에 있다”며 “중국발 슈퍼사이클 이후 전기화·에너지 전환·인공지능(AI)으로 유발된 새로운 슈퍼사이클의 문턱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새로운 원자재 사이클에서는 원자재 수요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세계 각국이 다양한 원자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구리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독보적으로 대량 수입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광산회사 역시 새로운 자원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는 지난해 앵글로아메리칸을 약 47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고, 리오 틴토는 지난해 12월 미국 리튬 회사 아르카디움을 6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세계 리튬 및 코발트 가공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보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원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미국 내무부에 따르면 광물 채굴 부문에서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70% 점유율)이, 구리는 칠레(약 25%)가, 리튬은 호주(약 47%)와 칠레(약 30%)가, 니켈은 인도네시아(약 50%)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을 정제하는 부문에서는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코발트 정체의 약 70%, 구리 정제의 약 40%, 리튬 정제의 약 60%, 니켈 정제의 약 25%를 장악했다. FT는 “미·중 무역 분쟁은 점점 더 많은 희귀 금속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