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요 정점 찍은 中…중국발 원자재 슈퍼사이클 끝났다

경기 부진에 철강업체 절반 적자
철광석 가격 내년까지 하락 예상
구리·리튬·코발트·니켈 …
희소자원 수요로 전장 옮겨갈 듯
지난 1월 3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허베이강철(HBIS)에서 근로자들이 철강을 운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여년간 막대한 수요로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도한 중국이 경기 부진에 시달리면서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과 함께 “중국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확실히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무역 긴장이 확대되면서 원자재 시장에서는 코발트, 리튬 등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수요 큰 폭 둔화




중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세계 원자재를 빨아들였다. 이는 철광석, 석탄 등의 원자재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로 이어졌다. 원자재 컨설팅 기업 CRU그룹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이 20세기 전체 소비한 양의 두 배에 달하는 철강을 소비했을 정도다.

3일 CRU 그룹 집계 결과 중국의 1인당 철강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575.4㎏으로 선진국(미국, 독일, 영국) 평균(283.4㎏)의 두 배가 넘었다. 2000년에 비해 약 여섯 배 증가한 규모다. 2009년, 2013년, 2016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결과였다. 중국 정부는 중공업과 건설업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철강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는 급격히 둔화했다. 지난해 중국의 강철 생산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올해도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CRU는 올해부터 2050년까지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이 연 0.6%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며, 지난 20년간의 연평균 성장률(2%)보다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철강 수요는 정점에서 내려왔다. 맥쿼리는 강철 원료인 철광석 소비가 2023년에 정점을 찍고,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만 하더라도 강철의 79%가 인프라 및 건설에 사용됐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51%까지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중국 철강업체의 절반가량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철강 업체는 생산 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철광석 가격은 하락세를 보인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 당시 톤당 200달러에 육박했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140달러대까지 떨어졌는데 내년에는 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맥쿼리는 예측했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버럼의 톰 프라이스 원자재 전략가는 “중국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확실히 끝났다”고 말했다.

◇희소 원자재 갈등 확대


원자재 시장에서는 청정에너지가 새로운 슈퍼 사이클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력망 구축이나 데이터 센터 확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구리,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지금보다 50% 늘어나고, 리튬 수요는 7배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금광업체 뉴몬트의 피터 토스 최고 전략 책임자는 “우리는 두 개의 슈퍼사이클 사이에 있다”며 “중국발 슈퍼사이클 이후 전기화·에너지 전환·인공지능(AI)으로 유발된 새로운 슈퍼사이클의 문턱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새로운 원자재 사이클에서는 원자재 수요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세계 각국이 다양한 원자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구리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독보적으로 대량 수입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광산회사 역시 새로운 자원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는 지난해 앵글로아메리칸을 약 47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고, 리오 틴토는 지난해 12월 미국 리튬 회사 아르카디움을 6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세계 리튬 및 코발트 가공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보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원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미국 내무부에 따르면 광물 채굴 부문에서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70% 점유율)이, 구리는 칠레(약 25%)가, 리튬은 호주(약 47%)와 칠레(약 30%)가, 니켈은 인도네시아(약 50%)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을 정제하는 부문에서는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코발트 정체의 약 70%, 구리 정제의 약 40%, 리튬 정제의 약 60%, 니켈 정제의 약 25%를 장악했다. FT는 “미·중 무역 분쟁은 점점 더 많은 희귀 금속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