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美에 첫 매장 낸다…이재현 '글로벌 성장' 승부수

현지법인 설립…"매장 개설 추진"
1호점 후보지로 서부 지역 검토

작년 매출 4조원대…2년새 두배↑
'K뷰티 성지' 부각…가능성 확인
해외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로
국내 1위 뷰티 유통업체 CJ올리브영이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온라인몰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첫 오프라인 매장도 연다. K뷰티 성지로 부상한 올리브영의 성공 신화가 미국에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LA에 ‘CJ올리브영 USA’ 세워

올리브영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현지 법인인 ‘CJ올리브영 USA’를 세웠다고 4일 발표했다. 올리브영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올리브영은 CJ올리브네트웍스 시절인 2018년 뉴욕 등지에 두 개 법인을 세웠지만 당시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뉴욕법인은 2020년 청산했다.

올리브영은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오프라인 1호점을 열기 위해 미국 내 여러 부지를 검토 중”이라며 “서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내 개점 여부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해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최고경영자(CEO) 경영 회의에서 K웨이브를 거론하며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함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수년간 국내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올리브영은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 올리브영은 2020년대 이후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2022년 2조7809억원인 매출은 지난해 4조7900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전국 매장은 5%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정된 내수 시장을 고려하면 더 이상 신규 출점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올리브영이 미국을 첫 번째 진출국으로 삼은 건 K뷰티의 세계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뷰티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대비 4분의 1가량인 1200억달러(약 156조원)로 추정된다.

대한통운 연계 물류망 구축

올리브영은 2010년대 중반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 10곳을 개점했지만 적자 누적과 한한령 여파 등으로 2020년 모두 철수했다. 미국에서는 올리브영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이 2017년부터 뉴욕 등지에 이니스프리 매장을 10개 열었다가 2020년 문을 닫은 이력이 있다.

올리브영은 과거 사례 등을 참조해 온라인몰인 ‘올리브영 글로벌몰’ 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물류 인프라 등 재정비에 나섰다. 또 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 미국 법인과 연계해 현지에서 직접 상품을 발송할 수 있는 물류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한통운과 협업해 현지 물류센터도 개설한다.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K뷰티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도록 해외 시장에서도 ‘K뷰티 성장 부스터’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이선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