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유예"에 반등했지만…코스피 '살얼음판'

美 관세 유예에 진정세

하루 만에 지수 1.13% 올라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주 상승

중국, 미국산 제품에 관세 '맞불'
아시아 증시 침체 공포는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대상 관세 부과를 유예하자 국내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공포가 진정되며 삼성전자는 한 달 만에 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변덕에 주가 반전

4일 코스피지수는 1.13% 오른 2481.69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덮친 전날의 하락분(2.52%)을 일부 만회했다. SK하이닉스(0.1%), 기아(0.62%) 등 관세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평가받은 우량주가 올랐고 조선과 방위산업주도 상승했다. 전날 3.36% 떨어진 코스닥지수는 이날 2.29% 반등했다. 알테오젠(6.1%), 에코프로(3.67%) 등이 올랐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3.33%)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지난달 8일(3.43%) 후 가장 많이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당 합병,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도 투자심리를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날 ‘관세 무풍지대’로 떠오르며 기대를 모은 인터넷 업종은 네이버(0.69%)가 오르고 카카오(-2.15%)가 내리며 등락이 엇갈렸다. KT&G(-2.47%), SK텔레콤(-0.36%) 등 고배당 방어주도 전날과 달리 하락했다.

종목 간 희비가 하루 만에 교차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과 압박 전술이 다시 전개된 영향이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전격 유예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선 국경 강화와 마약 범죄 공동 대응, 멕시코에선 불법 이주민 단속 등 원하는 조치를 받아낸 결과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주 만에 관세 위협이 현실화했다”면서도 “유예 조치가 미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수출국 증시에 미칠 충격을 제어했다”고 진단했다.

“中과의 ‘관세 전면전’ 우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세 갈등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점은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일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중국산 상품 전체에도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4일 해당 조치가 실제로 이뤄지자 중국은 즉각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원유와 자동차 등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겨냥한 조치도 사실상 ‘중국 때리기’의 사전 작업이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춘제(설)로 쉬었다가 5일 개장을 앞둔 중국 상하이·선전증시도 충격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해외 법인을 둔 증시 대표주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관세 유예가 한 달짜리 한시적 조치라서다. 기업 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중에선 삼성(68개), 현대자동차(28개), 한화(14개), LG(11개) 등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해외 법인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