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자율차 핵심 부품시장 잡는다

라이다용 MLCC 세계 첫 개발

스마트폰 저성장에 실적 '발목'
車·로봇·반도체 부품으로 다각화

LG이노텍도 신사업 발굴 '가속'
2007년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이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주력 사업은 ‘모바일’이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갤럭시,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 사업에 올인했다. 연간 1000억원에도 못 미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2021년 나란히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랬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스마트폰 의존도 낮추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꺾이자 자동차와 로봇, 반도체 부품 등 새로 뜨는 전자부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2의 삼성’ ‘제2의 애플’ 같은 신규 대형 고객사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기, 차량용 MLCC 정조준

삼성전기가 5일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라이다용 초소형 고전압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가 대표적 사례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통해 거리, 방향, 고도를 측정하는 자율주행의 핵심 장치다. 삼성전기가 새로 개발한 MLCC는 10V급 고전압 제품으로, 크기가 가로 1.0㎜, 세로 0.5㎜에 불과하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모바일용 MLCC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용 MLCC로 신시장을 뚫었다. 전기차 보급, 자율주행 기술 도입 등으로 차량용 MLCC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차량용 MLCC 시장은 지난해 4조5000억원에서 2028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MLCC는 1만8000~2만 개로 일반 내연기관차(3000~1만 개)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라이다는 차량 바깥에 설치하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높은 전압이 필요하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MLCC는 전압을 기존 6.3V 대비 약 60% 높여 고온, 고습, 충격 등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디, 섀시 등 차량의 다른 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AI 반도체 기판·로봇 카메라 공략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스마트링 무선 이어폰, 스마트 워치에 들어갈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전지 사업도 하고 있다. 갤럭시와 아이폰에 공급해온 카메라 모듈 납품처도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계획대로 되면 현재 30%에 이르는 삼성전자 등 모바일 부문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가속기용 기판 사업에서 여러 메이저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에 참여 중”이라며 “올해 AI 가속기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매출 비중이 70~80%에 달하는 LG이노텍도 자동차, 로봇, 반도체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최대 카메라 모듈 납품업체다. LG이노텍은 자동차, 로봇, 반도체 분야에서도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할 FC-BGA 양산을 시작하는 등 AI 반도체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