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플랫폼기업 규제 움직임에…USTR 후보자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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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슨 그리어 청문회서 경고
"세금으로 美기업 차별해선 안돼"
트럼프 측근도 "中만 이익볼 것"
멕시코 공장 두고 美 수출하는
제3국도 견제…삼성·LG 등 타격
그리어 후보자는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을 통해 미국 기술기업을 겨냥하는 조치를 추진하면서 자국 기업에는 이를 면제하는 것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마이크 크레이포 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외국 정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크레이포 의원의 질문은 한국 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어 후보자는 지난해 1월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에 기고한 글에서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이 법안은 한국과 미국 간 주요 분쟁을 부활시키고 무역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이 법안이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업만 규제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법안은 중국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미국 빅테크 규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급변하는 통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법 논의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제3국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막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3국이 미국과 다른 파트너들(캐나다 멕시코)을 희생시키면서 USMCA 협정의 혜택을 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제3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등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임다연/하지은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