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뚝…은행 가계대출 22개월만에 2달 연속 감소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두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거래가 둔화되면서 관련 대출 증가세가 낮았던 영향이다. 기업 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달 전에 비해 5000억원 감소한 1140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4000억원이 감소한 데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은행 가계대출이 두달 연속 줄어든 것은 지난 2023년 1~3월 3개월 연속 감소가 나타난 이후 1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가계대출 감소의 원인을 주택거래 둔화에서 찾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달 8000억원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커졌지만 연초 은행들의 가계대출 취급이 재개된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여전히 낮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상당수준으로 감소했고, 서울도 작년 7~8월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의 거래량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대출이 전반적인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전월(-1조1000억원)에 비해 감소 폭이 커졌다. 설 명절을 앞두고 상여금이 유입되고, 기업의 성과급도 지급되면서 대출 수요가 상당 폭 감소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조8000억원 증가한 132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1조5000억원 감소한지 한 달만에 큰폭으로 증가 전환했다.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상환한 대출을 다시 취급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6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1조8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은 재무비율 관리와, 명절 자금수요 등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가 있었다. 박 차장은 "기업대출 증가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증가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 은행 수신은 33조3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이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작년 말 43조5000억원 늘렸던 수시입출식예금에서 32조3000억원을 인출했다.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조달 유인이 낮아지면서 2조4000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MMF(19조9000억원 증가)와 채권형펀드(8조6000억원 증가)를 중심으로 늘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1일 연 2.63%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 연 2.60%에서 0.03%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국내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가 하락했다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지연 기대가 지속되면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