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질주, 테슬라 추락…M7 희비 가른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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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4분기 실적 발표일제히 상승 곡선을 타며 미국 월스트리트를 지배해온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엇갈리고 있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한 곳이 갑자기 늘면서다. 월가에선 오는 26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M7 투자심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증가' 메타, 2주새 7% 상승
테슬라는 실적 실망에 18% 급락
엔비디아 26일 실적 공개 '촉각'
M7 고평가 부담…대안주도 관심
◇메타 주가만 ‘나 홀로 상승’

직전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돈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메타의 작년 4분기 매출은 48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63% 급증했다.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보다 2.8% 많았다. 주당순이익(EPS)은 8.02달러로, 19% 웃돌았다.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한 광고 매출이 확 커진 게 주효했다.
다른 M7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영 신통치 않다. 대부분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실적 발표일(1월 30일) 이후 약 1%, 아마존(2월 6일)은 4% 내렸다. 알파벳(2월 4일)과 마이크로소프트(1월 29일) 하락률은 둘 다 8.5% 안팎에 달했다. 주요 사업 부문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낸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특히 중국 매출이 11% 급감했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4%포인트, 4.9%포인트 위축됐다. 클라우드 부문은 두 회사의 대표적인 성장 사업으로 꼽혀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매출 증가율이 31%로 높았지만 시장 기대(32~33%)엔 못 미쳤다. AI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 비용이 급증해 영업이익률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M7 중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은 한국인이 많이 투자한 테슬라였다. 실적 발표일(1월 24일) 이후 18%나 미끄러졌다. 직전 분기 매출(약 257억달러)이 월가 예상(약 272억달러)에 미달했다. EPS는 73센트로, 컨센서스를 4.83% 밑돌았다. 작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여파다. 차량 판매 증가율이 꺾인 것은 테슬라 창립 이후 처음이다.
◇“M7 고평가 부담…팰런티어 등 관심”
월가에선 오는 26일 직전 분기 실적을 내놓는 엔비디아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 눈높이가 높은 게 문제다. 이 회사의 직전 분기 매출은 자체 가이던스인 375억달러보다 높은 381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게 시장 컨센서스다. 월가에서 집계한 엔비디아의 EPS는 0.79달러다. 전년 동기(0.49달러)의 1.61배 수준이다.국내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에만 170% 이상 뛰었다”며 “이 정도 상승폭을 정당화하려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브로드컴, 팰런티어 등 다른 AI 관련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주식팀장은 “빅테크들이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올려 잡고 있다는 점은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회사인 브로드컴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팰런티어는 AI 개발을 넘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다 국가 간 경쟁 환경에서도 유리한 지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