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맞춤형 부과'…"韓 같은 동맹도 우리 이용"

자동차 관세는 별도로 발표할 예정
EU 인도 브라질 등 광범위하게 '저격'
한국 자동차산업 등 타격 입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로드맵'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미국의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는 설명했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처럼 별도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국가별 관세나 시행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 주 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는 단순 관세율 외에도 비관세 장벽인 규제, 부가가치세, 정부 보조금, 환율정책 등을 해소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백악관 "비관세 장벽에 집중"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그가 비(非)금전적 또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레이저빔처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들이 각각 다른 방식과 정책의 조합으로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일본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지만, 구조적 장벽이 높다. 반면 관세 왕(마하라자)인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 일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행정명령은 "수년간 미국은 우방과 적국을 포함한 교역 상대국들한테 불공정하게 대우받았다. 이 상호주의의 결핍은 우리나라의 크고 상습적인 연간 상품 무역적자의 한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고위당국자는 "이 문구에서 중요한 점은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더 높은 비관세 장벽을 세우면서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을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맞춤형으로 책정할 것이며 국가별 관세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세금 또는 역외의 세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세 장벽, 비관세 장벽, 보조금과 부담스러운 규제 요건을 포함해 불공정하거나 해로운 조처, 정책이나 관행 때문에 미국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에 초래하는 비용"도 평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 정책,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다른 기타 관행도 상호관세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이 된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고위당국자의 이런 설명을 고려하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를 대부분 철폐한 한국에도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상무부 장관과 USTR 대표는 국가별로 상호주의적인 교역 관계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적자가 가장 많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수주나 수개월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들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기존 구조 때문에 교역 환경이 얼마나 불균형한지에 대해 세계 국가들과 대화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각 나라들이 관세를 내리고 싶다면 관세를 내리겠다는 의향이 충분하다(more than happy)"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가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왜냐면 그들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게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겨냥 디지털세 등 '불공정' 주장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행정명령 서명 후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미국이 이용당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계획은 미국 노동자를 우선시하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제 및 국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 중 하나이지만,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은 그들의 시장을 우리 수출품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호성의 결여는 불공평하며, 매년 지속되는 우리의 큰 무역 적자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팩트시트는 다음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했다.

- 미국이 에탄올에 부과하는 관세는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브라질은 미국산 에탄올 수출에 18%의 관세를 부과한다. 그 결과, 2024년에 미국은 브라질로부터 2억 달러 이상의 에탄올을 수입했지만, 미국은 브라질에 5,200만 달러의 에탄올만 수출했다.

-미국이 농산물에 적용하는 평균 최혜국(MFN) 관세율은 5%다. 그러나 인도의 평균 최혜국 관세율은 39%다. 또한 인도는 미국산 오토바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는 인도산 오토바이에 2.4%의 관세만 부과한다.

-유럽연합은 원하는 모든 조개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2020년에 조개 수출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48개 주로부터 조개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 결과, 2023년에 미국은 유럽연합으로부터 2억 7400만 달러의 조개를 수입했지만, 수출은 3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 EU는 수입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미국은 2.5%의 관세만 부과한다.팩트시트는 이어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132개국과 60만 개 이상의 제품 라인에서 미국 수출업체는 3분의 2 이상의 시간 동안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1975년부터 매년 상품무역 적자를 기록해 왔고, 작년 상품무역 적자는 1조달러를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몇 년 동안 비호혜적 장벽이 확산되면서 미국은 2024년에 약 400억 달러에 달하는 농업 분야에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빅테크에 대한 '디지털세' 등도 트럼프 정부가 겨냥하는 타깃이다. 팩트시트는 "미국에는 그런 것이 없고, 오직 미국만이 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지만, 무역 파트너들은 미국 기업에 디지털 서비스 세라는 것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캐나다와 프랑스는 이 세금을 통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징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비호혜적 세금은 미국 기업들에게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팩트시트는 "상호관세는 왜곡된 국제 무역 시스템에 공정성과 번영을 되찾아 주고, 미국인들이 이용당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86개국 5000가지 관세코드 ...시일 걸릴 전망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실제 부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가별 산업별 품목별 체계를 파악해 대응 체계를 짜는 작업의 복잡성 때문이다. 데이먼 파이크 BDO인터내셔널 미국 통상 전문가는 로이터통신에 "전 세계 관세 코드는 5000가지에 달하고, 미국의 무역 파트너 수는 186개국에 이른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의 인공지능(AI)이 필요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 부과를 위해 어떤 규정이 사용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기존에 사용되지 않은 법률 중에서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6개월 단위로 최고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1974년 무역법 122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기업을 통상 문제에서 차별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1930년 관세법 338조가 이용될 수도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