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봉고 EV 못 타겠다더니…1년 만에 '대반전' 벌어졌다

1t 트럭 LPG 모델이 많이 팔린 현대차 포터2(오른쪽)와 기아 봉고3.
1t 트럭 LPG 모델이 많이 팔린 현대차 포터2(오른쪽)와 기아 봉고3.
경기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이 생계형 이동수단으로 많이 찾는 대표적 ‘불황 차’인 소형 화물트럭 포터·봉고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LPG(액화석유가스) 모델은 오히려 인기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t 트럭 시장에서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의 합산 판매량은 EV(전기차) 모델이 1만7228대에 그친 반면 LPG 모델은 9만2038대로 크게 차이 났다.

기존에 1t 트럭은 경제성이 우수한 디젤(경유) 모델이 주류였는데 환경 규제 강화 영향으로 단종됐다. 이후 EV 모델에 비해 LPG 모델이 성능과 경제성 면에서 호평을 받아 시장에 안착한 것이라고 대한LPG협회는 설명했다.

2023년 12월 선보인 포터2, 봉고3 LPG 모델은 출시 1년이 갓 지난 올해 1월 기준 누적 판매 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섰다.

LPG 모델의 향상된 성능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로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해 기존 디젤 엔진(135마력)보다 높은 최고 출력 159마력을 제공, 차량 힘이 약하다는 LPG 차량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연료 완충 후 주행가능거리가 자동 488㎞, 수동 525㎞에 달하는 데다 충전 시간도 3분 내외로 짧다.

소비자 반응이 좋다. 양희명 전국개인소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회장은 “LPG 트럭은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길고 출력도 향상돼 장거리 운행이 많은 용달 사업자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유지비도 저렴해 사업자들 생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EV 모델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이 길고 완충 후 주행가능거리도 절반 수준(포터2 일렉트릭 기준 211㎞)이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소비자 반응이 나온다.

LPG 모델은 디젤 모델과 달리 배기가스 저감장치(SCR)에 주입하는 요소수가 필요 없고, 미세먼지 배출량 또한 북미 배출가스 규제(SULEV30) 기준치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디젤 엔진보다 8% 저감된다는 설명이다.

1t 트럭 LPG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체 LPG 차량 숫자도14년 만에 반등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LPG 차는 186만1402대로 전년(2023년 말) 대비 1만5812대 증가했다. LPG 차 등록 대수가 연간 기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2010년 246만대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탄 지 14년 만이다.

LGP 차량 증가에 발맞춰 업계는 충전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LPG 직분사 트럭은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사업의 성과”라며 “앞으로도 충전 인프라 확충과 차량 기술개발 등 LPG 차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