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뿌리서 추출한 항암물질 '모라신오', 암세포 자살 유도…차세대 치료제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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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리포트 - 성낙균 화학생물연구센터 책임연구원페니실린은 인류 최초의 항생제다.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성분으로 염증성 질환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상처 부위가 감염된 부상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 이를 통해 부상병 사망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가 화학생물학이다. 화학생물학은 화학과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체를 새로운 시각에서 탐구하는 혁신적인 학문이다.
약효 될 물질 찾는 화학생물학
페니실린·아스피린 등 찾아내
인공지능 '알파폴드'도 등장
단백질 3D 구조 예측 획기적

이런 연구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약품은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이다. 한련초에서 찾은 물질로, 말라리아 기생충을 효과적으로 죽인다. 아르테미시닌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이바지했다.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천연물 유래 치료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뽕나무 뿌리에서 추출한 모라신오(Morusin O)라는 성분이 암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이 물질은 암세포 생존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HIF-1α단백질 합성을 차단한다. 암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신호 전달 경로를 막아 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 자살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실험과 암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3차원(3D) 배양 실험에서 항암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특히 자궁경부암과 간암 등에서 효과적인 세포 증식 억제 작용을 확인했다.
모라신오의 항암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천연물 유래 물질이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모라신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차세대 암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화학생물학 연구에서는 ‘알파폴드’라는 혁신이 등장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하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이는 단백질의 상호작용, 효소 작용, 약물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를 기반으로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약물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 기술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나노 기술 등 화학생물학의 혁신 기술들이 생명체의 복잡한 화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모라신오를 포함한 신약 연구가 더 흥미롭고 중요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